오래된 슬픔 하나 -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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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슬픔 하나 - 이향아

오래된 술이 향기롭다는 말 향기롭다
오래된 친구가 편하다는 말 참 편하다

그게 보통 일인가, 참아야 되는
그게 쉬운 일인가, 기다려야 하는

오래오래 아프고 오래오래 굶어서
오래오래 까마득히 몰라야 하는

너냐 내냐 잊어버려 검은 땅에 묻고
너냐 내냐 귀 막고 어지럼증에 떠서
둘 중에 하나가 죽어버리든지,

둘 중에 하나가 손들고 나가
아니요, 납니다 자수를 하든지

엄동설한 맨발로 묶여가든지
그렇게 사그라져 돋아나야 하는
그랬다가 느닷없이 복받쳐야 하는

복받쳐 통곡하다 뚝 그쳐야 하는
그러기를 천만 번씩 다시 해야 하는
오래되어 빛 바랜 희망이 하나
오래되어 보석이 된 슬픔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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