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게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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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 도종환

슬픔이여 오늘은 가만히 있어라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땅을 치며 울던 대숲도
오늘은 묵언으로 있지 않느냐
탄식이여 네 깊은 속으로
한 발만 더 내려가
깃발을 내리고 있어라 오늘은
나는 네게 기약 없는
인내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더 깊고 캄캄한 곳에서 삭고 삭아
다른 빛깔 다른 맛이 된 슬픔을
기다리는 것이다 *

  • 도종환시집[해인으로 가는 길]-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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