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전사하셨다. 지금까지 유해를 찾지 못해 나는 수년 전 유해발굴감식단에 유전자시료를 제공한 적이 있다. 외할머니도, 어머니도 모두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어쩌면 내가 이 '임무'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발굴된 국군 전사자(11,394구) 유해와는 일치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나조차도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외할아버지(3사단 18연대 소속)는 1950년 12월 북한지역인 함흥에서 실종 처리되었기 때문이다.(파악되지 않은 군인에 대해 일괄 '실종' 처리함)
그러나 묵묵히 한걸음씩 나아가보려 한다. 연구가 연구에 국한되지 않고 현시대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언젠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서신을 받는 그 날까지.
"발굴된 국군 전사자 유해 중 일치하는 유해를 찾았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