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가을(ripening fall) 12 : 산수유 열매(cornus fruit)

in hive-183959 •  last month 

다른 꽃들보다 일찍 앙증맞고 노란 꽃을 피워내며 봄이 가까웠음을 알려주는 산수유가 가을을 맞아 이젠 빨간 열매를 풍성하게 선물해 주고 있습니다.

산수유는 꽃도 예쁘지만 빨갛게 익은 열매가 신장기능 향상, 면역력 강화, 당뇨 및 눈건강 등에 좋다고 알려져서 옛부터 많이 재배되었고 이들이 군락을 이룬 구례, 이천 등에서는 산수유꽃 봄축제가 열리는데, 가을비에 젖은 빨간 산수유 열매를 보니 학창시절 배웠고 시험에도 자주 나왔던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ㅡ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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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 기억납니다.
산수유 열매로 술을 담근 적이 있는데 참 향이 좋았었어요.

포트승큐레이션 보팅해 드립니다. ㅎㅎ

매년 빨간 산수유 열매를 볼 때마다 이 시가 생각나더라구요...
보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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