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꿈을 꾸었다

in hive-187758 •  3 years ago 

가족들은 단 한 번도 내가 무슨 글을 쓰는지 묻지 않았다. 당연히 내 글을 읽어 보지도 않았다. 출근하지 않는 날엔 밥도 먹지 않고 방에만 처박혀 있는 나를 엄마는 가끔 걱정했고, 걱정하는 엄마의 문장은 언제나 시크했다. "니 속엔 돌떵이가 들어차 있냐!" 나와서 밥 먹으라는 뜻이었다. 나가면 밥만 먹일 게 아니었다. 내 꿈과 열정을 비하하는 단어들도 쌀 위에 곁들여 먹일 게 분명했으므로, 가족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혼자 밥을 먹곤 했다. 그렇게 나는 안팎으로 한숨만 부르는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책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