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씁니다."
"어머! 작가세요?"
"아직은 아니에요."
"아...."
주로 이런 식이었다. 뭐 하는 사람인지 묻지를 말든가, 대놓고 말문 막히지나 말든가. 아..., 로 끝나는 대답은 언제나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20대에는 그나마 반응이 괜찮았다. 100퍼센트 허망하게 느껴지는 꿈일지라도 그럴 만한 나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열심히 해 봐, 까지는 들어 본 것 같다. 30대가 되어도 꿈을 놓지 못하는 나를 사람들은 한심하게 보기 시작했다. 소설가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는 등, 지금까지 안 됐으면 안 되는 거라는 등, 기타 등등등. 내가 발끈할 수 없었던 이유는, 비참하게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였다. 심지어 생업도 놓은 채 사타구니에 욕창이 생기도록 글만 썼던 30대 후반에는 나 자신조차도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책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