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필사는 타자연습이 아니다

in hive-187758 •  3 years ago 

손필사가 키보드 필사보다 좋은 이유로 여러가지 근거가 제시되었다. 필사에 관심 좀 있던 애들은 이미 손필사가 더 좋다고 생각할 거다.`

최근에는 필사에 대해서 새로운 결론들이 나왔다. `

손필사 = 키보드 필사 혹은 손필사 < 키보드 필사라고

우선 키보드 필사가 왜 좋은지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손필사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신화 하나만을 짚고 반박해보자.

  1. 손필사는 오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뇌에 더 각인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는 게 어디 대학 연구진이 했다는 키보드 필사와 손필사로 대결을 했는데 손필사한 쪽이 훨씬 더 기억이 오래남았다는 것.

최근 연구의 반박 : 필사에 걸리는 시간을 동일하게 할 때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음.

즉, 기존의 연구는 손필사가 더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필사에 걸린 시간을 다르게 한 것.

상식적으로 a4용지 5장 분량 던져줘놓고 손으로 필사해라 하면 30분~1시간 걸릴 테고 키보드 필사하라고 하면 10~20분 정도 걸릴 텐데 당연히 시간을 더 투자한 쪽이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음.

결론적으로 말해 필사라는 것에 있어서 주요한 목적은 문장이나 정보가 가지고 있는 흐름을 체화하거나 이해하기 위한 것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고 느리게 보는 것.

이를 통해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읽을 때는 눈과 뇌에서 '야 이건 필요없는 정보다'하고 생략하는 것을 필사라는 행위를 통해 중요성에 대한 판단을 내려놓고 재인지하게 됨으로써 이해와 체화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거지.

따라서 손필사 = 키보드 필사의 비교 우위는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의미가 없다고 결론이 났음.

물론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증발한다는 상식 또한 손필사를 견고히 지탱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였는데

이에 대한 주요한 반박은 정신작업의 체화(증발하지 않는 지식 정도의 말이었는데 그냥 쉽게 씀)에 필요한 것은 기억 > 출력 작업의 반복이 가장 중요하며,

여기서 오는 고통(정보를 출력하고 이해하려는 작업의 스트레스)이 유의미할 뿐 손필사를 통한 육체적 고통은 유의미한 차이를 빚어내지 못했다는 거야.

오히려 손필사를 통해 오는 손가락 및 손목의 통증, 지리한 속도감이 필사 작업의 반복에 심한 마찰(쉽게 말해 장애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키보드 필사를 추천한다는 거야. 물론 손필사가 더 효과적이라고 여긴다면(플라시보일지도 모를) 그것을 수행하는 것도 학습에 이로울 수 있다 라고 두루뭉실하게 결론이 나긴 했지만.

중요한 건 어떤 걸 선택하든 필사에 있어서 최악(생각없이 그저 옮겨 적는 필사)만은 피하라는 거.

결론.

  1. 손필사 = 키보드 필사, 손필사 < 키보드 필사 (손필사에 비해 키보드가 마찰x거나 덜하다는 점에서 유리)
  1. 단 키보드 필사시에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하고 속도 조절 필요(관성으로 그저 옮겨적으려는 행위만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 이는 손필사도 마찬가지.)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380945&_rk=EYz&page=1

키보드 필사가 타자연습이라는 말을 다수에게 들었다. 하지만 난 3D CAD 설계(회사 생활 중 80~90%를 마우스를 쥐고 일함)를 21년째 하며 손목이 완전 병신이 됐다. 손목 보호대 없이는 마우스를 쥘 수도 없으며, 주기적으로 손목에 주사를 맞는다. 이렇게 해도 손목 통증이 심해서 매우 고통스럽다. 그래서 펜을 집고 글씨를 쓰는 건 매우 큰 무리다. 1분만 써도 손목에서 통증을 보낸다.

그리고 시대가 변했다. 나는 소설을 키보드로 쓴다. 10년 넘게 키보드로 소설을 썼다. 중고등학생땐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무제노트에 볼펜으로 소설을 쓰긴 했다. 그땐 손목이 아프지도 않았다. 아직도 원고지에 소설을 쓰는 작가도 많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작가는 키보드로 소설을 쓰는 것으로 안다. 원고지에 소설을 쓰는 시대가 아니고 소설도 원고지에 안 쓰는데 왜 손필사만 정답이어야 할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손필사가 키보드필사보다 더 나은 점은 딱히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극심한 손목 통증을 유발할 뿐이라고 한다. 즉, 필사는 손목과의 싸움이다. 문장력 올리려고 필사를 하는 게 아니라 손목과 싸우려고 필사를 하는 꼴이다.

필사의 수단이 중요한 게 아니다. 목적이 중요한 것이다.
필사의 목적 1, 글이 주는 감동을 작가 입장에서 느껴보고 싶어서다. 작가도 키보드로 소설을 썼는데 왜 필사는 손필사를 해야 할까? 이상하고 요상하다.
필사의 목적 2, 글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글의 구조는 필사만이 아니라 열 번 정도 읽어도 가능하다. 손필사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키보드 필사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필사의 목적 3, 문장과 문장의 이음, 문단과 문단의 이음을 익히기 위해. 역시 이것도 열 번 정도 읽어도 익혀진다. 손필사만이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요즘 안나카레리나를 필사중이다. 등단하려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해서 드디어 시작했다. 물론 키보드 필사다. 난 손목이 병신이라 펜을 1분 이상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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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필사 하면서 팔과 손목이 얼얼해질때마다 키보드로 옮겨타고싶은 유혹이 크지만 그래도 종이에 사각거리는, 삐뚤빼뚤 잉크자국이 저는 아직은 좋습니다.. :)

저는 손목에 병도 있고 워낙 악필이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