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서 엄마와 아이 둘을 봤다. 첫째 아들은 초 1학년 쯤 돼보이고 둘째 딸은 유치원생 같다. 오빠는 동생을 톡톡 건들고 장난을 쳤다.
-엄마, 나는 오빠 가는데 가기 싫어. 바로 집에 갈거야.
떼를 쓴다. 밤이고 정류장에 사람도 많아 부끄러울텐데 엄마는 안온하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래, 그럼 너 먼저 집에 데려다주고 오빠랑 갈게. 그러자.
-싫어요. 그럼 엄마가 너무 고생하잖아요.
오빠의 의젓한 말이다. 그러면서 동생의 짐을 들어주려고 한다.
밤이고 서로 지쳤고 짐도 많았고 아이들은 투정 부렸지만 엄마는 잘 버텼다.
끝까지 차분하게 아이들 의견을 들어주었다. 저렇게 키워서 아들도 저런 반응이 나왔을 것 같다.
버스에 타서도 아이들은 티격태격 소소하게 시끄러웠지만 엄마는 큰소리 내지 않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집에 갔다.
저렇게 키웠어야 했는데… 저런 엄마도 있구나.
우리 애들이 어릴 때 나는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애들을 혼냈던 것 같다.
나에겐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일하고 돌아오면 탈탈 털리고 쥐어짜져서 널부러졌다.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뭔가 응대할 수 없었다.
겨우 밥먹고 씻기고.. 생각해보면 동물적 본능만, 생존과 싸우기만 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에너지는 무얼까. 계속 샘솟는 마음.
난 과연 우리 애들을 사랑하는가.
엄마들마다 그 사랑은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되는가. 실체는 무엇인가.
잠깐 본 그 엄마는 수수했지만 내공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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