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많은 실력파 아티스트들의 활약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의 위상이 부쩍 높아진 해이다. 그 중 영화계에 인상깊은 족적을 남긴 인물을 꼽으라면 이분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윤여정 배우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예능에 이르기까지, 참여하는 프로마다 대박을 치고 연기력뿐 아니라 인간적 매력까지 더해 승승장구 중인 그녀.
보통 70대라고하면 활동이 줄어들거나 은퇴를 선언하거나 할 시기인데 유독 그녀만큼은 예외적으로 젊은 연기자들 못지않은 전성기를 맞아 인기를 누리며 왕성히 활동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윤여정 배우의 사주를 살펴보면 그녀의 영화계 데뷔작이 ‘화녀火女’인 것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다. 병丙일간에 겁재가 둘이나 있어 매우 왕성한 화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윤여정 사주》
시 일 월 년
? 丙 丁 丁
? 辰 未 亥
겁재 둘로 무장한 신강 사주의 소유자답게 그녀는 확고한 소신과 당당함이 매력이다.
"미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오면 한국에 있는 분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우러러본다고(admire) 생각하겠지만, 저는 할리우드를 우러러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10428026900075
윤여정은 "나는 한국 기준으로 미인이 아니다. 여배우가 되려면 연기는 상관없고 굉장히 예뻐야 한다. 영화계 사람들이 볼 때 난 좀 이상했을 것이다. 현대적이고, 누구에게도 순종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출처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31262
그녀는 데뷔 초 전통적인 여배우의 이미지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가혹한 평을 들어야했다. 나이 어린 신인배우에게 녹록치 않았을 상황이다. 잔뜩 주눅이 들어 도망치거나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맞추려 애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당돌하게 세상에 맞서는 길을 택했다. 자신의 매력과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녀만의 개성으로 살렸고, 마침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대감독 김기영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하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도전을 즐기고 지루한 것은 질색이라는 그녀는 스스로를 ‘모험을 좋아하고 매우 용감하거나, 매우 무식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바람난 가족'(2003), '하녀'(2010), '죽여 주는 여자'(2016), '돈의 맛'(2012) 등에 출연하며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것에 대해서도 "내 삶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일 뿐이기 때문에 나는 이런 역할을 맡는 게 두렵지 않다"고 단언했다.
출처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31262
나이가 들면 체면이니 위신이니 따지기 마련인데 그녀에게서는 꼰대 기질이나 권위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녀가 ‘미나리’ 출연을 결심했던 배경을 밝힌 이야기는 세대를 불문하고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내가 한국에서 TV나 영화가 오는 대로 하면 어떤 감독도 날 갖고 연출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환경에 계속 있으면 난 괴물이 될 수 있다. 그게 매너리즘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환경을 바꿔서 털사 오클라호마 같은 데서 미국 애들한테 What? 이런 소리를 듣는데, 아 난 여기서는 Nobody구나 싶더라. 내가 연기를 잘해서 얘네한테 뭔가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싶었다. 그게 도전이지 뭐겠냐"라고 설명했다.
또한 윤여정은 "나도 편하게 일하는 게 좋다. 여기서 난 어느 감독에게나 '너 너무 오래 찍는다. 오래 찍으면 나 간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라며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 오래 일하면 발전을 못할 것 같았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출처 : https://ent.sbs.co.kr/news/article.do?article_id=E10010187784&plink=ORI&cooper=NAVER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미지의 것보다 익숙한 것이 편하고 가진 것에 안주하려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녀는 익숙함이 주는 안정을 버리고 도전에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겁재 둘이 뿜어내는 기세가 대단하게 패기 넘치는 모습이다. 그런 자세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서도 보기 드문 모습이 아닌가한다.
도전정신은 청춘의 상징이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푸른 청춘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그녀의 나이 60대이던 무렵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짙푸른 스키니진과 빨간 하이힐 차림으로 출연해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일은 대중에게 잊히지 않는 신선함을 선사했다.
또한 식상이 잘 발달한 면모도 그녀의 인기에 한몫을 한다. 어린시절부터 웅변대회나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고 대학 진학도 국문과를 택했다.
‘휴먼여정체(윤여정만의 독특한 말투)’를 탄생시키고, 십여년 도미 생활 중 습득한 영어 실력으로 해외 인터뷰나 시상식 등에서 좌중을 울렸다 웃겼다 하는 모습을 보면 언어적 감각을 타고난 사람이다.
솔직담백함과 시니컬한 유머를 가미한 그녀의 오스카 시상식에서의 소감은 길이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윤여정, 한국 배우 첫 오스카 수상…NYT “최고의 수상 소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71813
내로라하는 국제 무대에서 떨리고 위축될 법도 한데 시상식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물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두 담은 완벽한 소감이었다.
타고난 자신감에 연륜이 더해진 노련함과 여유로움의 극치가 아닌가 한다.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그녀는 그저 ‘할머니 역할’이라고 자신을 낮춘다. 당당하면서도 겸손함을 유지하고 품격을 잃는 법도 없다. 그 절묘함에 대중들이 열광하고 또 매료되는 듯하다.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0700308211225
솔직함과 성실함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녀의 연기 인생은 아직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 새 영화의 참여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닮고 싶은 찐어른’ 윤여정 배우의 성장기 드라마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또 어떤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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