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몰락
윤영숙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박혀있는 사과를 보았다
사과는 별이 되고 싶었을까
몸피 닦아내자
몇 억 광년 건너와 총총 박힌 별들의 고백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별이 사과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울퉁불퉁한 별자리를 토막 내자
몇 번의 서릿발로 익혀 꿀을 쟁인 사과의 심장, 샛노란 아우라
그 투명한 치사량의 몰락이 향기를 뿜는다
극락을 품고 있다
위 시는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미해보아야 할 시라고 생각합니다.
사과가 별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별이 사과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요?
최신 천체물리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초신성 폭발)할 때 별의 몸을 이루었던 원소들이 우주 공간에 흩뿌려지고, 그렇게 흩뿌려진 원소 구름(성운)이 뭉쳐서 지구를 포함한 모든 행성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므로 지구와 지구에서 생겨난 모든 존재들, 사과와 그 사과를 먹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은 별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별의 후손인 것입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볼 때 무언가 아련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이 모두 별에서 온 것이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결국 별이 사과가 되고 싶었던 것이 맞을 것입니다.
별이 수십억년이라는 긴 시간 여행 끝에 사과도 되고 우리도 된 것입니다.
우리가 사과를 베어물 때, 우리는 별을 베어무는 것이며 극락을 베어무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https://www.museum.go.kr/site/main/relic/search/view?relicId=8524
ⓒ 사주인(sajuin.com), 2019
참사주인들이 만든 사이트, 사주인
https://www.saju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