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에 출시한 밀레너리 트리플 캘린더
역사가 깊은 워치메이커가 그렇듯 오데마 피게도 과거에서 힌트를 얻곤 합니다. 기계식 시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20세기 말, 1951년에 제작한 오벌 케이스 시계를 소재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한 오데마 피게는 1995년에 신제품을 선보입니다. 다가오는 새 천 년을 의식해 시계의 이름은 밀레너리(Millenary)로 지었습니다.
- 2006년 자동차 메이커 마세라티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밀레너리 MC12 마세라티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Millenary MC12 Maserati Tourbillon Chronograph)
- 2007년작 여성용 밀레너리 스타릿 스카이(Millenary Starlit Sky)
- 2009년에 발표한 밀레너리 카본 원(Millenary Carbon One)
밀레니엄 이후 오데마 피게는 밀레너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비대칭 오프센터 다이얼을 도입하고 밸런스 휠을 앞으로 끄집어 내는 한편, 퍼페추얼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 이외에도 투르비용, 미니트 리피터, AP 이스케이프먼트 같은 복잡한 기능을 이식했습니다. 카본 원과 마세라티 에디션은 이런 변화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2015년 오데마 피게는 또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레이디 밀레너리를 출시하며 여성 시계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겁니다.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로열 오크는 분명 최고의 시계 중 하나지만 남성성이 강한 팔각 케이스가 부담스러운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우아한 오벌 케이스의 밀레너리는 오데마 피게의 전략에 어울리는 적임자였던 겁니다.
본 리뷰 모델은 오데마 피게의 2018년 신작으로, 기존 레이디 밀레너리에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더한 베리에이션입니다. 가격은 7100만원대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모델보다 높습니다.
다양한 디자인과 메커니즘을 적용하며 변신을 거듭한 밀레너리 컬렉션에서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오벌 케이스입니다. 핑크 골드로 만든 양 옆으로 퍼진 케이스는 비율이 좋아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케이스, 러그, 베젤에는 단차를 두어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둥글게 솟은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가로와 세로는 39.5mm와 35.4mm, 두께는 9.8mm입니다. 방수 능력은 20m입니다.
여성이 고급 시계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함에 따라 여성용 시계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브랜드의 핵심 모델을 보석으로 치장하거나 여성스럽게 분장한 것입니다. 그에 반해 레이디 밀레너리는 여성 시계로는 드물게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워치메이킹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독보적인 스타일은 여성 시계의 홍수 속에서 밀레너리를 빛나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