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빳사나명상수행일지] 6일 차 - 꿈의 구원자

in hive-196917 •  2 years ago 

꿈의 구원자



본 글은 진안에 위치한 '담마코리아 명상 센터'에서 위빳사나 10일 명상코스를 체험한 후 적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수행일지입니다. 담마 혹은 위빳사나 명상과는 다른 필자 개인의 의견이 첨부되어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위빳사나 명상을 앞두신 분께는 이 글을 통해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명상이 끝날 때까지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위빳사나 명상가분의 피드백과 체험 공유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Copyright 2022. @kamoverse







신기하게도 22번 방에서는 유독 선명하고 의미심장한 꿈을 많이 꿨다. 집에서는 일어나자마자 메모장에 적어도 잘 기억나지 않는 게 꿈인데 여긴 정말 특별한 파동이 흐르는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선명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꿈을 꾼 날에는 기억을 거듭해서 기억하려 했다.



가장 먼저 꾸었던 꿈은 다음과 같다(3일 차에서 5일 차 사이에 꾼 꿈으로 추정됨).


아주 높고 고급스러운 고층 라운지 카페. 젊은 여자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유명한 무당이었고 내 사주를 봐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꿈에서 나는 남자 친구가 있었고 우리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 (실제 남편과는 다른 존재로 모든 꿈속 등장인물은 상징이다)


“너… 미친년이구나.”

“어!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는 아니야! 그런데 넌 못 헤어지겠지. 헤어지고 나선 연락 해.”


그녀가 전화번호가 담긴 명함을 주었고 연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명함을 받아 지갑에 넣어두었다. 번호나 명함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막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고 내가 물었다.


“저… 직업은요?”

“풋- 네 사주엔 직업이 없어. 직업 생각은 하지도 마!”




장소는 헬스클럽으로 바뀌었다. 남자 친구와 함께 1년 치 헬스를 등록하고 처음 방문한 날이었다. 새장 같은 감옥엔 권투 장갑을 낀 고릴라 한 마리와 아주아주 작은 중지 손가락 만한 원숭이 3마리가 팔을 관통한 쇠사슬에 묶여 갇혀 있었다. 너무 처참하고 끔찍했고 그들이 평생 동안 거기 갇혀 사람들에게 그저 눈요기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마음이 아팠다. 저들은 자유를 되찾을 권리가 있어! 내가 흥분하자 남자 친구가 나를 말렸다. 하지만 네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럼 적어도 이 헬스클럽에 다니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남자 친구는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장소는 길거리, 사람들이 꽉 차 있는 넓은 광장 같기도 하고 대도시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이 드는 야외 풍경이었다. 나는 남자 친구를 기다리며 그가 날 잘 찾을 수 있도록 엄청나게 높은 계단을 하나씩 위로 계속 올라갔다. 사람들을 피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거의 정상에 왔는데 그만 발을 헛디뎠다. 계단 아래로 추락하려는 참이었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두려웠지만 죽음을 받아들이려던 찰나, 길고 흰머리를 묶은 아주 온화한 인상의 젊은 남자인지 할아버지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사제로 보이는 남자가 순간 팔이 길어지더니 내 오른팔을 부드럽게 잡아 올렸다. 그곳은 제단이었고 그는 마치 인도의 시바신을 모시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에게 엎드려 ‘Thank you for saving my life’라고 감격해서 연신 절을 올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부처님처럼 평온하고 인자하게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 직후에 꿈에서 깼는데 심장이 진짜 추락할 뻔한 사람처럼 빠른 속도로 뛰고 있었다. 온몸에 감사가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이 날 때면 그 꿈이 내게 말하는 게 뭔 지 생각해보곤 했다.


나는 지금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에 꽤 만족하며 이대로 살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겐 정화가 필요 없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묶여 있는 과거의 잔재와 울분, 말하자면 상카라가 내 마음 한 구석엔 조용하고 깊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다. 새로운 사고방식이, 아니 새로운 영적 자아가 찾아오고 나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줄 것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온화하고 사랑을 담아.



2022년 5월 17일 화요일,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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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되게 생생한 꿈이었나봐요.
보통 꿈이 이렇게 기억이 잘나게 하는 방법으로는 직후에 적어놓는게 방법인데, 직접 다 기억하고 계셨던게 너무 신기해요! ㅋㅋㅋ

진짜 생생했어요.
돌아와서는 이 정도로 생생한 꿈은 꾸지 않는 걸 보면 그곳에 뭔가 있어요. 후후.

잘 읽었습니다. 요즘 꿈이 떠오르지 않은지 몇년이 되었습니다. 꿈을 꾸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마 꿈은 늘 꾸고 계실 거에요.
조만간 기억에 남을 만큼 생생하고 기분 좋은 꿈 꾸시길 바랄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