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 짧은 뻘글

in hive-196917 •  5 years ago 

"도전하자. 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남았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나는 무기력하게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거대한 기계 속에서 늘 변함없는 템포로 움직이는, 하나의 톱니바퀴였던 내게 남들은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안 것은 고작 얼마 전의 일이다. 그 능력을 알게 된 뒤부터 매일같이 의기충천하며 살고 있다. 오늘은 분명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에.

기분 좋은 느낌으로 평소보다 조금 일찍 반지하를 나섰다. 내 긍정적인 다짐과는 달리, 출근하자마자 직장 상사에게 된통 야단맞았다. 아무래도 어제 쓴 보고서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듣기 거북한 인신공격을 약 십여분 가까이 들으면서 생각은 다른 데로 가 있었다. 이런 거에 일일이 화낼만한 상황이 아니다. 난 이 회사를 가능한 한 오래 다니고 싶다.

잔뜩 심통이 난 상사가 다른 사람들이라면 엄두도 못 낼 만한 만큼의 일을 떠넘겼다. 차라리 잘 됐다. 모두가 퇴근할 때까지 시간 때우기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몇 시간 뒤를 기대하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을 모두 끝낸 무렵, 회사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적당히 끝내고 갈 수도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집중을 해버렸다. 자리를 대충 정리한 뒤 언제나처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답답한 마음을 씻어주는 바람이 불었다. 그리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회사지만 건물이 높다는 것 하나는 좋다. 이곳에 오면 늘 마음이 차분해진다.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좋고 안 좋고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귀인일까. 나는 항상 주변과 남을 탓하곤 했다. 무기력하게 움직이는 톱니바퀴의 삶을 원망하면서도 톱니바퀴를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게 면박을 주던 상사는 회사에 필요한 능력이라도 있는데 나는 그마저도 없었다. 하는 일마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주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 것일까. 이곳에 오면 이런 생각이 많아진다. 괜히 긴장해서 그런 듯하다. 이제 할 일을 할 때다. 더 미룰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잡념들을 뒤로한 채 나는 내 집과는 대비될 만큼 높은 건물 옥상에서 몸을 내던졌다.


"할 수 있다. 살아남았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난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갈망하는 내 능력은 죽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런 목적 없이 살던 내게 죽어야 한다는 목적이 생겼다. 아니 어쩌면, 난 이미 이전에 죽었는지도 모른다. 방향 없이 무기력하게 살던 내가 지금의 나보다 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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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years ago (edited)

꿈이나 망상이겠죠?
소설속 주인공이 어서 빠져나와 현실에서의 승리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ZZAN에서 이달의 작가 공모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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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시고 이쪽으로 글을 쓰시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