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도 못가면서...

in hive-196917 •  2 years ago  (edited)

새벽에 출근하면서 달을 볼 때마다 내가 우주에 떠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에 속해있다.
태양계는 크기가 10만 광년인 우리 은하에 속해있다.
허블망원경으로 관찰해보니 우주에는 크기가 다양한
은하가 약 1,700억 개가 있다고 한다.
참 더럽게 많구나...
은하가 이 정도니 거기에 속한 별들이야 어마어마하게 많겠지.

근데, 내가 저 빤히 보이는 달에도 못 간단 말이지...
지금까지 달에 도착한 사람들이 12명밖에 안 되고 13번째가 나 일리가 없으니,
나를 비롯한 그 수많은 인류는 저 빤히 보이는 달에도 못가고 죽겠구나....
너무 억울한데...

나는 새벽에 달을 보면서 늘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40살 넘어 처음으로 일본에 여행을 갔었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언어와 문화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사는걸
실제로 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녀와서 너무 후회됐었다.

'도대체 지금까지 뭘하고 산 거야?'

오자마자 다음 비행기를 예약했고,
이번에는 가족들을 다 데리고 일본을 다시 갔다.
4박 5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자신감으로 충만해서 못할 일이 없었다.
다시 비행기를 예약했다. 유럽으로...
가이드따위는 필요없었다...자신감이 충만했으니까...

그 이후로, 달에 갈 수 없으니 지구라도 돌아보자며
미친 듯이 해외여행을 다녔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늙어서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2018년,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인 두 아이를 해외로 보내버렸다.
(물론, 형식적이지만 충분한 설명과 본인들의 동의를 받았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지방에서 아이들끼리 도토리 키 재기 하면서 12시까지 학원 차에 내 아이들을
실려 다니게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아버지의 경험이 내 인생을 결정했다.
아버지의 소를 다루는 능력과 계절을 읽는 방법,
물 관리 요령과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모든 경험치를
자식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 땅이 내 전부였고 내 삶의 크기였다.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혁명을 지나 4차 산업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현재,
우리는 비트코인이라는 화폐 혁명을 지나치고 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 인정하고 존중한다.)
사진 한 장, 동영상 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당연시하던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가지며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세상이다.

우리는 과거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대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나?

나는 35년 전에 영어 시간에 동명사와 현재분사를 구분 못 하면
손바닥을 맞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는데,
지금 아이들도 그렇게 공부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밤 12시에 노란색 어린이집 차에 고등학생들이 실려 다니면서
무표정하게 휴대폰을 보는 모습을 보고,
35년 전 야자 시간에 제발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며
책상에 엎드려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35년 전 내가 하던 공부를 하고,
35년 전 나처럼 밤늦게까지 강제로 공부하면서
유튜브 그만 보고 공부하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만든 사람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뭘 어쩌라는 거야........

먹고사는 게 달라졌고 입는 옷이 다르고
휴대폰으로 세상 돌아가는 걸 실시간으로 알지만
농사짓던 아버지처럼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 땅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것 같다.

매일 정시에 오던 출근버스가 도착하지 않으면 그때서야 주변을 살피게 된다.
'뭐가 잘못된 거지?'
'버스가 안 오면 어떡하지?'
'택시를 타야 되나?'

변화가 없으면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해외에 나간다고 엄청나게 자유롭고 맘대로 해도 되고 그런 건 아니지....
근데, 내 주변에서 나랑 똑같은 공부를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얼추 비슷한 사이클의 생활을 하는 아이라면....
뭐...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차피 달에도 못 가잖아...
애들이라도 내보내서 많이 경험하게 하자...
동남아면 어떤가...무시하지 말자...요즘은 기회의 땅이다.

허블망원경으로 우주의 끝이 어딘지 아무리 보면 뭘 하나...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아무리 말해주면 뭘 하나...
지금 당장 우리 아이 영어성적이 오르는 게 중요하고,
옆집 철수의 성적이 얼마인지가 더 궁금한데.

내가 아버지보다 최소한 10배는 아는 것이 많고 똑똑하다.
내 아이들은 나보다 100배 이상 더 똑똑해질 것이다.
이미 나는 따라갈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자.
전 근대적인 교육을 받은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기껏 돌아다녀 봐야 어차피 지구 아닌가...달에도 못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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