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저는 할부가 고작 5개월도 지나지 않은 모터로라 레이저 스퀘어드 럭셔리 에디션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다니던 회사에서 타사 핸드폰인 아이폰을 벤치마크 할 목적으로 직원들에게 돌아가며 아이폰을 한달씩 사용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랬더군요. 그렇게 저와 아이폰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모터로라의 레이져 스퀘어드 제품은 제 마음을 사로 잡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오리지널 버전에 이어 럭셔리 에디션까지 연속으로 만족스럽게 쭉 사용해왔을 만큼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있었죠.
또, 저는 코딩은 못할지언정 전자 기기쪽에 관심이 많아 기본 상식들에 나름 빠삭했고 당시 주변 지인들의 컴퓨터를 입맛에 맞게 수도없이 조립해주고 윈도우를 이래저래 내입맛에 맞게 레지스트리를 수정하며 사용하던 나름 스스로를 얼리 아답터라 여겼습니다.
그렇게 동생에게 아이폰을 건내 받고 침대에 몸을 던진 후 딱 두시간 정도 이래저래 둘러보며 사용해봤습니다. 평가는 솔직히 충격 그 자체로 모터로라를 향했던 제 두터운 충성도는 그순간 산산조각이 나버렸죠. 아이폰은 그야말로 손안에 컴퓨터이더군요. 저는 그길로 가까운 휴대폰 대리점에 재고가 있는지 확인 후 즉시 아이폰을 제 손에 넣었습니다. 앞으로 19개월이나 남은 레이져 스퀘어드 럭셔리 에디션 따위는 그야말로 제 안중을 떠나버렸습니다.
아이폰을 손에 넣고 기존 휴대폰의 할부까지 갚아가며 사용하던 19개월의 기간은 아이폰이 가져다준 신선함에 묻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게 있어 아이폰은 마치 영화 리미트리스에서의 각성제와 같았거든요.
저는 컴퓨터 윈도우에서 레지스트리까지 트윅하며 사용해왔던 만큼 아이폰도 탈옥이라는 작업을 거쳐 제 입맛게 맞게 개조하여 수만가지 기능들을 테스트해보며 매우 번거롭게 사용했습니다. 그치만 당시엔 그 번거로움이 기쁨이였죠.
아이폰을 탈옥했던 이유는 당시 iOS가 지원하던 기능들은 제가 사용하기에 부족한 기능들이 매우 많았고 그 기능을 추가하여 사용하는 것을 애플에서 허락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탈옥이라는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탈옥을 하면 앱스토어와 같은 탈옥 전용 앱스토어인 "시디아"를 통해 수만가지 기능/트윅들을 설치하여 순정 아이폰에서는 없는 기능을 더 할 수 있었고 편리함과 접근성을 최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었거든요.
시디아는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무료와 유료 트윅들이 참 많았습니다. 무료 트윅들도 많이 사용해봤지만 정말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던 트윅들은 유료였죠. 전 이런 유료 트윅들을 직접 결제하여 사용하는 매력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애플이 탈옥을 상대로 소송을 걸게 되었고 결과가 애플 실패로 끝나자 애플이 전략을 바꾸어 갔습니다. 탈옥이 제공하던 기능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기능들을 차근차근 iOS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 회차를 겪으며 전부 내제화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위젯기능, 스와이프 다운으로 만나볼 수 있는 알림판, 컨트롤 패널, 잠금화면에서 밀어서 카메라 실행, 배경화면 원하는 사진 설정, 전화 사용목록 특정 사용자만 개별 지정삭제, 기타 등등등등등등 지금와서 보면 너무나도 당연했던 기능들을 순정 iOS에서는 지원하지 않았고 탈옥을 통해서만 가능 했던 기능들이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마지막으로 탈옥을 했던건 아마도 7년전? 이였던것 같네요. 제 탈옥의 끝은 4s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너무나도 심플했어요. 탈옥만이 제공해줬던 기능을 순정 iOS가 전부 지원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수도 없이 유료 트윅 결제에 쏟아 부은 제 돈은 끝끝내 회수 할 수 없는 매몰 비용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블록체인 생태계를 보면 제 과거 경험이 계속 떠오릅니다. 이상하리만큼 다른 섹터인데 유사성이 느껴지거든요.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누군가와도 공유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출범이후로 수많은 기타 블록체인이 자신의 블록체인이 더 기능이 좋다, 비트코인이 할 수 없는 것들이 이런이런 것인데 우리 블록체인은 가능하다, 빠르다 등등 그리고 이더리움 출시 이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ICO를 진행하며 우리 프로잭트들은 이런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 혹은 이렇게 할꺼다 및 기타등등. 그에 이어 이제는 수많은 DeFi가 자신의 모델을 체험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멋지게 포장하여 이런저런 이자를 줄 수 있다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저는 수많은 블록체인 가운데 2018년 2월에 뒤늦게 스팀을 제대로 만났습니다. 스팀이라는 것이 있는 것은 그전에 알았지만 그때가 되어서야 제 동생이 아이폰을 제 손에 쥐어줬듯 스팀을 제 손에 쥐어봤습니다.
당시 스팀은 이미 코인 시장의 버블로 인해 가격 거품이 많이 끼어있던 시기였습니다. 2월부터 차근차근 두달간 이래저래 들여다보고 사용해보고는 저는 마치 아이폰에 사로잡혔듯 스팀에 사로잡혔고 그 길로 스팀을 소유하기 시작해왔습니다.
스팀은 아직 원하는 기능들이 많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아이폰의 탈옥과 같은 스팀엔진이 나왔고 트윅과 같은 온갖 니트러스들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렇게 복잡다난한 상황속에서 과거 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건 '탈옥의 끝은 순정었다' 라는 것입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끝끝내 회수 할 수 없는 매몰비용의 여지가 있는 소비/투자는 잘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아직도 SMT를 운운하고 있지만 순정이 진도를 빼면 시디아 마켓은 다시는 들어가게 되지 않더군요.
20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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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은 코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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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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앜ㅋㅋ
나의드립에댓글을달다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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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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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 치트키 쓰면...재미없습니다.
순정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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