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Roman Inderst와 Marco Ottaviani는 경제학 저널 Review of Economic Studies에 발표한 연구 "Sales Talk, Cancellation Terms, and the Role of Consumer Protection"에서 환불 정책과 소비자 행동의 상호작용을 다루며, 이를 통해 시장 효율성과 소비자 보호 정책의 설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판매자가 환불 조건과 같은 계약 요소를 전략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거나, 반대로 소비자를 착취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연구는 소비자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는데, 하나는 이성적 소비자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적 소비자이다. 이성적 소비자는 판매자의 동기와 계약 조건을 이해하고 신중히 구매 결정을 내리는 반면, 감정적 소비자는 판매자의 조언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계약 조건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구매 결정을 내린다. 이 두 소비자 유형은 시장의 구조와 판매자의 전략, 그리고 적합한 정책 개입 방식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이성적 소비자와 환불 정책의 역할
이성적 소비자가 많은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환불 정책을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Inderst와 Ottaviani는 판매자가 관대한 환불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자신의 판매 조언이 신뢰할 만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한다. 환불 조건은 소비자에게 선택의 유연성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구매 결정을 보다 자신 있게 내릴 수 있다. 판매자는 초기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이러한 유연성을 제공하면서도, 계약 체결 후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조건을 설정한다.
코스트코의 사례는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인 예다. 코스트코는 "100% 만족 보장"이라는 환불 정책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강한 신뢰를 심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2년 넘게 사용한 소파를 구매자가 환불받은 사례는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코스트코는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릴 때 환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인 환불 요청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여 전체적인 수익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논문은 이러한 전략이 비효율성을 동반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성적 소비자는 판매자의 조언을 신뢰하더라도 구매 후 자신의 판단에 따라 환불 요청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환불 요청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판매자에게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제품의 회수 비용이나 재판매 준비 비용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판매자는 초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관대한 환불 조건을 제공하더라도, 이로 인해 과도한 환불 요청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신경 써야 한다. 논문은 이를 "사후 비효율성(ex post inefficiency)"으로 설명하며, 이는 환불 조건이 지나치게 유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과잉 환불 요청 문제를 가리킨다.
감정적 소비자와 환불 정책의 착취 가능성
감정적 소비자가 지배적인 시장에서는 판매자의 전략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감정적 소비자는 판매자의 조언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계약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판매자는 감정적 소비자의 착각을 이용하여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논문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판매자가 환불 조건을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환불 가능 기간을 극도로 짧게 설정하거나, 환불 수수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예식장 계약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예식장은 대체로 계약금을 환불받을 수 없거나, 환불 조건이 매우 까다롭게 설정된 경우가 많다. 예비 부부는 예식장 예약 시 감정적 상태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리며, 이 과정에서 환불 조건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후 결혼식 계획이 변경되거나 취소되더라도, 소비자는 환불을 거의 받지 못해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러한 제한적 환불 조건은 감정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자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후회를 초래하고 시장의 비효율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감정적 소비자가 주로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관대한 환불 조건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 대신, 논문은 판매자가 계약 조건을 더욱 제한적으로 설정하여 소비자 착취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논문은 감정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자가 환불 금액을 실제 제공 비용 이하로 설정하여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소비자가 계약을 체결한 후 환불 요청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도, 이미 발생한 초기 비용 때문에 환불을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는 판매자에게 이익을 가져오지만, 소비자에게는 경제적 손실과 함께 부정적인 경험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보호와 경쟁 정책의 시사점
Inderst와 Ottaviani의 연구는 환불 정책이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감정적 소비자가 많은 시장에서는 최소 환불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논문은 주장한다. 예를 들어, 환불 금액이 판매자의 제품 회수 비용이나 서비스 제공 비용 이상이 되도록 법적으로 규정할 경우, 소비자는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 보호 정책은 특히 환불 조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계약을 방지하고, 감정적 소비자의 착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이성적 소비자가 주로 활동하는 시장에서는 경쟁 정책이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경쟁 정책은 판매자의 가격 설정 및 계약 조건을 투명하게 만들며,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지나치게 높은 이윤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거나, 환불 정책의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논문은 이러한 경쟁 정책이 이성적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상호 신뢰를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Inderst와 Ottaviani의 연구는 환불 정책이 단순히 소비자 만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신뢰, 시장 효율성, 그리고 정책 설계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성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는 관대한 환불 조건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감정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는 최소 환불 기준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경제적 착취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불 정책의 설계는 소비자 행동의 유형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사회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