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경제 정의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암호화폐로 살아남기

in hive-196917 •  11 months ago 



A라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이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한다면 파산해야 한다. 그러나 건전한 기업의 파산이 미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기업을 건강하게 회생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의 법이 있다. "기업회생촉진법"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워크-아웃 법이다.

이 법의 특징은 채권자의 75%(채권 가액의 75%)가 동의하면 오너의 자구노력과 기업 상태를 고려하여 빚을 탕감하고 경영권을 유지하게 해준다. 빚을 못 갚는 회사 경영자 입장에서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반가운 법이다. 잘만 하면 빚도 사라지면서 경영권과 주식 가치도 보존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갚지 못한 채권액은 사회가 감당하고, 경영권 유지와 같은 이익은 오너가 얻는다. 손실은 사회화 이득은 사유화하는 대단한 법이다. 이 때문에 이 법은 끊임없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시비가 걸렸다. 이 법이 여러 번 일몰되었다가 슬그머니 부활하는 이유, 오너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법의 문제는 또 있다. 75%의 채권을 가진 곳은 대부분 1금융권이다. 이들은  MOFIA라고 불리는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과 같은 정부에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 망하는 기업 입장에서 채권자를 건너뛰어 모피아와 같은 권력자만 잘 구워삶으면 빚도 탕감받으면서 경영권과 재산은 유지하는 꿀을 빠는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법은 시장원리, 사유재산, 정의의 원칙을 거스른다. 정말 훌륭한 기업이 우발적인 채무에 의해 공중분해 되는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오너가 기업 회생을 위한 희생과 의지를 보일 경우에만 제 역할을 하는 법이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 법이 적용되는 대부분의 경우, 이 법은 악법이다.

작년 이 "기업회생촉진법"은 일몰되어 사라졌었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때, 슬그머니 다시 살아나더니 작년 12월 26일부터 이 법에 따라 워크아웃 신청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자신의 위기를 극구 부인하던 A라는 회사는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심지어 워크아웃 신청이 가능하도록 채권자가 12월 18일이었던 채권 만기를 10일 연장해 주는 희한한 일까지 있었다. 세상의 제도와 상황이 너무나도 A 회사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이게 전부 우연이라면 A 회사는 행운의 여신의 편애를 받는 회사일 것이다. 부패의 냄새가 진동한다.


이뿐이 아니다. A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하자마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이렇게 F4라 불리는 귀한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 해결을 논의했다. 그리고 워크아웃 신청을 한지 단 하루 만에 A 회사는 유동성을 확보해 빚 갚는데 쓰겠다는 채권자와의 약속을 어겼다. 이런 뻔뻔스러움에 일종의 경외심마저 들 지경이다.

 

이 회사는 태영건설이다. 한국 사회, 특히 정권과 권력 핵심층은 태영건설의 오너를 위해 최근특수부대가 작전하듯 조용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 목적은 태영건설의 부도가 태영그룹 사주일가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태영건설의 손해는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알아서 정권과 권력자가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영그룹 오너의 강력한 로비가 있었을 것이다. 태영그룹은 대한민국 재계서열 30위권의 쩌리다. 이런 쩌리를 구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인이 하는 짓을 보라. 지금까지 이보다 대단한 오너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특권과 협잡이 있었을지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은 시장원리, 재산권은 물론 일반적 정의의 원칙마저 종종 무시당하는 곳이다.

태영건설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 워크-아웃을 신청할 건설사가 즐비하다. 빚으로 엄청난 잔치를 벌여왔던 건설업 관련자와 금융권은 이제 같은 방법으로 파산을 면하려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더 크고 강한 건설사와 금융업자가 유리하다. 앞으로 한국에서 시장원리, 재산권, 정의의 일반원칙은 더 빈번히 무시당할 것이다. 그 부담은 세금과 인플레이션, 높은 금리 형태로 국민 모두에게 분배되고 경영권과 재산을 유지한 토건 마피아들은 다음번 돈 잔치를 기다릴 것이다.



이게 화폐, 암호화폐와 무슨 상관이냐고?

금리를 조절하고 돈을 풀어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케인즈주의에 대한 시카고학파, 오스트리아학파의 비판의 핵심이자 부인할 수 없는 팩트는 이것이다. 돈을 풀면 풀린 돈이 가장 먼저 도달한 금융권, 그다음으로 즉시 돈을 빌려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건설업자와 대기업에 대부분의 과실이 돌아간다. 그 풀린 돈이 연쇄적으로 도달하여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임금생활자와 연금생활자는 피해를 본다. 

즉 돈 풀기에 의한 경기 활성화는 사회를 양극화한다. 또 이 효과도 모든 경제 참여자가 돈이 흔해졌다는 것을 깨달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순간까지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경제적 약자에게 치명적이다.

정부가 저금리와 재정집행으로 푼 돈은 금융권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돈은 다시 수십 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흥청망청한 돈 잔치를 벌인 건설 카르텔에 흘러들었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화폐의 신뢰 상실을 막겠다고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하자 최후까지 빤쓰를 벗고 수영을 하던 대부분의 건설 카르텔과 금융권이 단물을 빼 먹고 남은 빚을 사회가 책임지라고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런 거대한 도덕적 해이의 근본은 현재 국가가 독점하는 명목화폐제도다. 물론 한국의 뻔뻔스러운 제도는 이를 훨씬 볼썽사납고 더럽게 만들기는 한다.



만약 우리의 화폐제도의 근간이 금, 은, 비트코인, 자원과 같은 유한하고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 그 금리는 국가가 통제하지 못했을 것이고, 비교적 일정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저금리를 믿고 빤쓰를 벗고 수영하는 짓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재정적 안정성을 갖춘 곳에서 충분하고 확실한 재정 조달계획을 세운 다음 건설에 착수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안정적인 화폐는 모든 경제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금리와 정책 아래 번영하는 근간이다.

앞으로 일어날 대규모 워크-아웃을 두고 자본주의가 썩었다느니 하는 무식한 소리를 해선 안된다. 썩은 것은 시장원리도, 자본주의도 아니다. 명목화폐와 정부, 이에 부화뇌동한 일부 기업이 썩은 것이다. 이런 부패를 일소할 치료제가 바로 암호화폐다. 

만약 암호화폐가 이런 기능이 없다면 암호화폐는 찰리 멍거가 말했듯, "암호화폐는 가치 없고(worthless) 유용하지도 않으며(no good),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단지 명목화폐의 문제점과 이를 치료할 암호화폐의 본질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찰리 멍거는 늙어서 머리가 굳은 늙은이가 된 것이다.


한국뿐이 아니다. 저금리가 끝난 시점에서 기업의 도산과 경기 위축은 전 세계적으로 정해져 있는 일이다. 미국 상업 부동산, 일본의 말도 안 되는 YCC정책, 중국의 부동산, 유럽의 저성장, 모두 세계 경제의 뇌관이다. 뇌관은 터진다. 그 결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또다시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돈 풀기다. 돈 풀기가 끝난 지 2년도 채 안되어 다시 한번, 무한 돈 풀기를 보게 될 것이다. 이때도 돈의 가치가 유지될 리 없다.


돈 풀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금값이 얼마나 뛰었는지 보라. 사실 금값이 뛴 것이 아니다. 돈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이전까지 금값은 금리의 영향을 받았다. 금리가 높아지면 그 상승추세가 꺾이는 경향이 있다. 2014~2018년을 보면 알 수 있다. 허나 지금은 금리가 높아도 금값이 최고점을 돌파했다. 이제 금리고 뭐고 명목화폐가 쓰레기라는 것을 각 경제주체가 알아챈 것이다.

자. 다음 경제 위기에 각국이 돈을 풀어 재끼면 금값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자명하다. 지금보다 수 배는 오를 것이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온다면 수십 배~수백 배까지 오를 것이다.


비트코인 차트는 첨부할 필요도 없다. 정확히 2007년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양적완화 과정에 태어나 지금까지에 이르렀다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인플레이션을 통한 자산 박탈도, 약탈적 조세에 의한 재산권 침해도 불가능하다. 위에 말한 더러운 짓을 통해 건설카르텔과 금융권의 부담을 국민 전체에게 떠넘기려 해도, 그 수단은 명목화폐일 수밖에 없다. 명목화폐로 재산을 보유하지 않는 사람은 건드릴 수 없다.

앞으로 일어날 경기위축, 그리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시작할 다음번 양적완화의 회오리에서 자신의 존엄성과 자산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는 명목화폐가 아닌 것으로 재산을 분배해 놓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런 수단 중 가장 뛰어난 것이라 확신한다.




위 글과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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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글은 SteemitKorea팀(@jungjunghoon)님께서 저자이신 @l-s-h님을 추천하는 글입니다.
소정의 보팅을 해드렸습니다 ^^ 항상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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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음날 다시 한번 포스팅을 통해 소개 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