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병석에 눕고 말았다. 때맞춰 어머니의 염원에 부응하여 쾌유를 바라기라도 한 듯 나는 교수가 된지 2년 9개월여 만에 부총장이 되었다.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좋아하셨는지는 나중에야 병간호를 하던 누나의 말을 들어 알게 되었다. 아들의 출세가 자신의 쾌유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겼던 어머니셨다.
어머니께서 임종하시기 전 병실을 찾았다. 그때 의식조차 없던 어머니께서 나의 방문을 알아채신 것 같았다. 조용히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큰 소리로 병실 안의 환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내 아들이오. 내 뱃속에서 어떻게 이런 훌륭한 아들이 태어났는지 모르겠소."
그리고는 이내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부총장이 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웠던 게다. 슬며시 병실을 빠져나와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 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2달여 만에 나는 부총장직은 물론 교수직까지 미련없이 내려 놓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배낭에 곱게 모시고 산티아고 순례에 나섰다.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서다.
- 동행(진종구, 어문학사)의 내용 중에서 작가의 승낙하에 인용하였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연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책이라 감히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추천합니다. 마음을 정화하시면 더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