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컵을 옆에 달고 산다. 그 컵 안에 물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껴 항상 중간 이상은 찰랑찰랑 채워놓는다. 덕분에 화장실도 자주 가는 편인데, 일종의 물 강박증이라도 있는게 아닌가 싶다. 목이 건조한 것 만큼이나 위험한 건 없기에 수분보충 만큼은 1순위로 챙긴다(연습을 이렇게 하라고). 냉장고에도 음식보다는 물, 음료류가 제일 많다. 쥬스, 음료, 냉차 등, 서랍에도 디카페인 커피, 차, 수분보충 가루가 가득하다. 그에 반해 텀블러는 단 한 개. 3년 전 쯤인가,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학교에 참 잘 들고 다녔다. 아침 9시 수업엔 따듯한 차가 없으면 도저히 몸이 깨질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침 9시 수업 너무 힘들다. 강의를 해보니 학생들보단 수업준비를 하는 교육자 입장이 더 고되다는 걸 알았지만...(그래도 힘든건 마찬가지)
집 앞엔 조그만 공원이 있다. 조성계획이 어떻게 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 봐도 비싼 소나무가 입구에 무더기로 심어져 있거나, 길을 낸 모양하며 꾸며놓은 자태를 보면 꽤나 관리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가 내릴 때면 사람이 없어서 우비를 챙겨 나가 혼자 휘적휘적 걷는데, 꽤나 기분이 좋다. 깜깜한 밤이지만 공원만큼은 환하게 밝기 때문에 길눈이 어두운 나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혼자 춤도 추고 점프도 하면서 빗속의 자유(?)를 만끽한다. 나이 먹어도 아직 이런게 좋다.
낙태죄는 여성이 임신을 지속할지 말지 국가가 통제한다는 것, 개인에 대한 권리를 국가가 갖겠다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1980년대 얘기가 아니다. 2020년에 말이다. 진정한 문제는 낙태를 당하는 태아, 생명체와 낙태를 하는 여성, 즉 엄마와의 대결구도로만 낙태를 바라본다는 점인데 이는 다뤄지기 조차 않는다. 이수정 박사님의 말씀처럼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범죄로 볼거냐 하는 것과 인구를 증가시킬 만큼 사회복지제도가 충원이 되어서 아동의 출산을 모든 사람 아래 축복아래 하는것 과는 완전 별개의 문제인데, 이런 논의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게 함정인 현실.
명언 기록. "낙태죄로는 아무것도 해결될 게 없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해서 이 복잡다단한 사회의 이익을 실현하기에는 너무 구시대적이다."
집 앞에 스타벅스가 있어 가끔 가서 아이스 초코를 주문해 앉아 생각을 정리한다. 되도록이면 개인 카페를 가는데, 지금 머무는 곳은 전부 체인점이라 어쩔 수 없다. 아니, 12월도 안됐는데 벌써 캐롤을 트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사실 올해가 가기 전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려던 생각은 이미 고이 접어두었는데, 아직도 아쉽긴 하다. 추운 올해 겨울 책이나 실컷 읽으며 치료 받으러 다녀야지. 물론 지금도 회복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이번주는 김장 주다. 작년엔 12월에 했는데 올해는 조금 일찍 잡았다. 3대가 모이고, 힘 꽤나 쓰는 사람들 / 디테일한 작업 하는 사람들로 나눠 한 해동안 나눠먹을 김장을 준비한다. 2020년도 끝이 보인다.
11.19.2020
@tipu curate 🐣🐣🐣
정말 2020도 끝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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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가 않네요. ㅎㅎ freegon 님도 끝까지 건강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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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님의 근황이 궁금해 들어왔다가, 올려주신 글들을 찬찬히 읽었습니다. 저야말로 근황 공유 감사! 공원서 누리는 빗속의 자유가 인상적입니다. 낙태입장도 잘읽었어요. 지금이 1980년대가 아닌 2020년대인데.. 크리스마스 캐롤은 저도 올해 스벅서 처음듣고 '벌써?'라고 혼잣말을 했던 기억.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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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준비하며 제주도의 김장은 어떨까? 재료가 다를까, 생각이 들었답니다. 더욱 추워지기 전에 제주도를 한 번 가려는데, 한 번 연락드려도 될까요. ㅎㅎ 바쁘시겠지만 혹 시간이 되셔서 같이 커피 한 잔 하면 좋겠네요. 서울은 급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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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님. 이 댓글을 이미 연말이 지날 때쯤 보았었는데, 이미 제주를 다녀가셨을까요. 코로나로 아무래도 여행도, 이동도 쉽지 않으셨을텐데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이 스팀잇이란 공간도 안 들어오다, 가끔 레일라님 글 보러 들어오곤 했었는데, 그리고선 한동안 SNS도 안 하면서 여기도 참 오랜만에 들어오네요. 스팀 가격을 보고서 오랜만에 들어온 게 참 속보이는 짓 같기도 하면서도.. 여튼 오랜만에 또 반가워하며 레일라님의 여러 글을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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