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소설 - 무영의 생

in hive-196917 •  4 years ago  (edited)




무영의 생






무영은 지금 서재에 있다. 그런데 지금 서재에 없다. 서재 안에는 아치형의 긴 창문이 두 개 있고 그 사이에 8이라고 적힌, 어른 허리만한 높이의 작은 문 하나가 있다. 무영은 창문을 두꺼운 암녹색 커튼으로 막아놓았는데 일을 하다가 창 밖의 경치에 들떠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무영은 대부분의 시간을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책의 88페이지를 필사하는데 보내고 있다.

무영은 방금 문장 하나를 옮겨 적었다.

“집은 잿더미 위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고 나는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강렬한 행복감을 느끼며 델가니나의 사랑 속에서 항해하고 있었다.”

이 문장은 봄밤의 신선한 공기와 어우러져 종이에 천천히 녹아들었고 기분이 좋아졌다. 무영은 뻐근한 목을 주무르다가 시계를 봤다. 8시.

무영은 벌떡 일어나 두꺼운 담요를 두르고 한 손에는 램프를 든 채 8이라고 적힌 문을 빠져 나갔다. 그러면 노을 지는 바다가 있다. 무영은 핑크빛 하늘이 펼쳐진 바다 위에 떠있다. 숨 쉬면서 바다 위에 누워서 참고래 어미가 새끼와 헤엄치는 걸 구경하거나 달빛에 반짝거리는 파도의 노래를 듣는다. 그렇게 담요를 두른채 밤이 오고 새벽별이 뜨는걸 구경하다가 문을 넘어오면 5분만 흘러간 서재로 돌아오게 된다. 무영이 하루에 몇 번 바다에 다녀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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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소설은 5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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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and calm! Busy clouds.

Thank you:)

  ·  4 years ago Reveal Comment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