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라구소스 만들기 포스팅을 했죠. 만들면서 추억에 젖었답니다.
저에게는 미국으로 이민간 이모가 계신데요.
제가 워낙 어릴때 이민 가신 거라서, 사실 그집 식구들 아무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대학 졸업할 무렵 그집 큰 언니가 출장을, 첫 직장생활 할 때 는 작은형부 출장에 언니가 따라와서 작은언니가 각각 한국에 왔답니다. (아직도 막내오빠는 얼굴을 못봤어요. ㅠㅠ)
수십년만에 보는 얼굴이라 너무 낯설었지만... 어울렸던 며칠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몇 년 뒤. 제가 미국에 샌디에고에 갈 일이 있었거든요.
당시 샌디에고는 우리 나라에서 직항이 없답니다. (지금도 아마 없을껄요. )
당시가 세번째 샌디에고 행이었는데... 앞에 두번은 일행이 있었고, LA에서 렌트를 해서 내려가는 코스였구요.
이때는 저 혼자 3일정도 먼저 출발하는 코스라서, LA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탈 계획이었어요. (당연히 장롱면허라서 렌트 못했죠. ㅠㅠ)
근데, 사촌 큰언니가 마침 샌프란시스코에 산다며, 제가 미국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정 여유가 있으니 와서 며칠 지내고 가라는 거에요. 마침 언니는 신혼이어서, 형부랑도 인사하라고 말이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언니를 만나서는 이틀간 완전 관광객 모드로 금문교며, 피셔맨스 워프며, 롬바르드 스트리트며, 차이나 타운이며, 아트센터며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맛집 찾아다니면서 놀았어요.
언니가 워낙 어렸을때 이민을 간 터라 한국어가 좀 서툴러서 우리는 명사 동사는 영어로, 조사는 한국어로 하는 이상한 교포언어로 대화를 했지요. ㅋㅋㅋ
완전 다정다감하지만 엄청 바쁘던 형부는 매일 저녁 잠깐 뵐 수 있었는데... 수제 맥주 만들기 중이라며 첫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영광도 주셨어요. (지금은 뒷뜰 포도로 와인도 만드신대요.)
샌디에고로 떠나기 전날, 언니가 외식을 멈추고 집에서 밥 한끼 먹자 하더라구요.
전 뭘 먹어도 좋다고 했는데.... 언니가 만들어준건 라구소스의 스파게티 였답니다.
당시에는 스파게티는 당연히 면 삶는 동안 병에 든 소스 하나 데워서 섞어먹는거라고 생각했던 때라 1시간 넘게 소스를 끓이는 언니가 참 신기했어요.
와인을 한병 따서 반은 소스에 넣고 한잔씩 따라 마시면서 수다 떨던 기억이 나요.
언니는 저와 이야기 하면서 가끔 소스를 저어주었죠.
그 소스를 제가 만들고 있네요. ㅎㅎㅎ
언니는 이제 다른 주로 이사 가서 더 이상 샌프란시스코에 살지는 않지만, 라구 소스의 파스타나 샌프란시스코를 보게 되면 언니 생각이 많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