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 토바 - 1화

in hive-196917 •  3 years ago  (edited)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부에는 토바 호수가 있다. 메단 공항에서 택시로 4시간, 길게는 8시간 넘게 걸리는 이 거대한 호수 중앙에는 사모시르 섬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이 호수와 섬은 약 7만 5천년 전경 있었던 거대한 화산 폭발로 인해 생성된 지형이다. 마그마가 밖으로 대거 분출되면서, 싱크홀 처럼 땅이 밑으로 가라앉았고 시간이 지나고 물이 채워지면서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대규모 폭발이었던지, 일부 학자들은 이 폭발로 인해 당시 인류 대부분이 몰살당하고 단 만 명에서 2만 명 사이만 생존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또한, 엄청난 양의 화산재를 대기 중으로 뿜어내어 햇빛이 대지에 닿지 못하게 하는 일명 화산 겨울(volcanic winter)을 일으켰다. 전세계 평균 기온을 3에서 5도 정도, 북반구 쪽에는 최대 15도 까지 떨어트렸다고 한다. 토바 화산폭발이 지난 200만년 동안 가장 큰 화산 폭발이라고 꼽히는 이유다.

그러고 나서 언젠가 부터 이 사모시르 섬에는 바탁(Batak)인들이 정착했다. 꽤 근래까지 식인종이었던 바탁인들은 독일 선교사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기독교로 개종을 하고 반다아체 지역 쪽 이슬람 세력에 맞서 싸우는 용병이 되었다. 지금도 사모시르 섬에는 바탁식 교회가 다수 세워져 있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준다. 다소 화려한 색상에 목재로 지어진 교회들은 근엄하고 신성한 분위기 보다는 해변가 게스트하우스를 연상시킨다.

전설로 내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사모시르 섬에 정착한 바탁인들은 5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서로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매년 각 부족은 최고의 전사를 선정하여 부족의 명예를 걸고 검투경기를 벌였는데, 패배한 전사의 장기를 산 채로 꺼내 먹는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바탁인들은 전사들이 더욱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레이크 토바는 접근성의 문제 때문에 발리 처럼 관광산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유럽에서 온 배낭여행객들과 현지인들이다. 아직 대규모 리조트가 지어지지 않아서인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찾을 수 없다. 섬 자체는 쥬라기 공원의 부지로 어울릴 만큼 아름답고 웅장하지만, 관광객들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은, 야생의 힘이 그대로 살아있는 섬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레이크 토바로 향하고 있다.
22살인 나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고 잃을 것도 없다.
친구 셋과 함께 나는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맡기고 떠났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던게 별로 없었다.
이 여행이 어떤 경험이 될지,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우리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수속을 밟던 그때 그 순간
우리는 전혀 알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레이크 토바는 단순히 휴양지로 떠나는 바캉스가 아니었다.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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