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처음 여행을 간 곳이 중국이었다. 당시 내가 속해있던 인문대학에서 중국문화 탐방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 때만 해도 대학생들의 해외여행은 조금 낯설었던 때이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해서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었다. 그렇게 나는 학과를 대표해 중국을 가게 되었다.
첫 중국 여행을 하던 중에는 몰랐는데, 다녀온 스스로가 뿌듯했던 거 같았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듬해 나는 중국유학을 떠나게 된다. 1년의 중국유학을 하면서 공부한 시간보다 여행한 시간이 더 많았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여행의 이유>_ 추방과 멀미 장
우연히 읽게 된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도 위와 같은 말이 나온다. 여행을 통해서 내 성격의 일부를 확인한 나는 이 산문집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 '작가는 작가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왜 그렇게 집착적으로 1년에 한번씩은 해외에 나가려 했는지를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었다. 결국 그 이유를 찾지 못해 여행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는 책의 제목처럼 여행을 통한 정체성 확인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뒤돌아 본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인데, 이것은 일상을 벗어나야 잘 보인다.
"일상에서 우리는,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통제력을 조금씩 잃어가는 느낌에 시달리곤 한다. 조금씩 어떤 일들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생긴다. 욕실에 물이 샌다거나, 보일러가 낡아서 교체해야 한다거나, 옆집이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 너무 시끄러워진다거나 하는 일들, 우리는 뭔가를 하거나, 괴로운 일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여행자는 그렇지 않다. 떠자면 그만이다. 잠깐 괴로울 뿐,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그렇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이다. "
<여행의 이유>_여행으로 돌아가다 장
코로나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소원인 현실에서, 여행의 의미와 이유를 찾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고, 여행의 의미가 소중해 지는 시간은 반드시 올것이라 믿는다.
너무 각박해지고 힘든 시기에 잠깐 여유를 찾고 싶었다. 그런 의미로 나에게는 이 산문집이 잠시의 일탈을 선물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