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처음부터 선언한다. 기다리라고.
쾌속질주 하는 우리 삶에 있어 "기다림"이란 얼마나 낭만적인가?
영화가 말해주는 미학은 그 뿐만이 아니다. 꿈, 사랑, 그리고 낡고 오래된 것들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11년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으로 부터 10년전을 다루면서, 거기서 다시 2003년으로 돌아가고, 거기서 또 영호의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 감독의 과거지향적인 낭만은 이런 배경설정에서도 빛을 발한다.
멀지 않은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젖는 감성은 매우 효과적으로 먹힐 수 있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거를 타선이 없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시청자들은 지금 보다는 젊었거나 어렸던 자신들의 과거를 주인공들에게 대입하면서, 감상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려면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어느정도 납득이 가야 한다.
그렇다면 주인공 영호(강하늘)의 캐릭터가 공감을 살만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니다.
영호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캐릭터 구성에 실패했다. 영화의 배경과 영상미 보다는 인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해 보였다. 그렇다 보니 중간 중간 맥이 끊기는 오글거리는 대사가 나오는 것이다. 감성만 자극하려는 목표가 너무 명확하다 보니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영화는 그렇게 공감대 형성이 힘든 구조로 나아간다.
삼수생인 영호는 재수학원에서 만난 수진(강소라)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대신 초등학교 때 자신에게 손수건을 건녰던 어린 소연(최명빈)을 추억하며, 그녀를 다시 찾는다.
10년이 넘은 시점에, 그리고 수험에 매진해야 하는 삼수생의 신분으로서 그녀를 찾는 동기는 설명이 따로 없다. 본인의 다 틀린 모의고사 시험지에서 달리기 관련 문제를 보고 상념에 젖는데, 거기서 소연과의 추억이 떠오르는 정도이다. 그렇게 영호는 지금 현재 일편단심인 수진을 밀어내며 본인의 과거와 사랑을 시작한다.
그렇게 사랑을 시작한 주인공의 행동들에 감정을 이입할 만한 틈새는 잘 안보인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아름답다. 감독은 잘 이해가 안가는 캐릭터와 오글거리는 대사들로 관객들을 홀려놓는데 1시간 40분을 사용한다.
그래서 마지막 감독의 메세지는 자못 뭉클하기 까지 하다. 영화 시작부터 기다리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