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청소년들의 어두운 생활을 그려 적잖이 충격을 준 작품이다. 같은 감독의 신작 <어른들은 몰라요> 역시 제목에서 짐작이 가듯이 비행 청소년의 이야기다. <박화영>에서도 출연한 이여름이 극중 같은 이름인 '세진'인 점과, 세진을 괴롭히는 은정(방은정)도 극중 이름이 같은 것을 보면, 영화는 <박화영>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 같다.
영화는 18세 여고생 세진(이유미)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벌어진다. 임신의 상대는 학교 선생님이다. 학교는 이를 덮어버리고 세진은 가출하게 된다. 가출 중 만나게 된 주영(하니)과 두 명의 남자들을 알게 되면서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청소년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 이유와 그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는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로도 보여지지 않는다. 단지 현재의 청소년들의 일부는 최악의 삶을 경험한다 정도로 이해해야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영화에 몰입은 힘들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이 모든 불행의 주인공인 세진의 캐릭터 설정이 가장 아쉽다. 세진의 캐릭터는 본인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대해서 초연해보인다. 임신이 되어도, 학우에게 구타를 당해도 본인이 내비치는 감정이 없다. 라이브 방송으로 자해를 하는 장면에 대한 이유도 없다. 어린 동생은 언니의 보호자는 본인이라고 울부짖는다. 책임감 부재와 삶에 대한 의지 박약이 세진의 캐릭터인 것이다. 보호해 줄 사람이 없거나, 학대를 당했을 수도 있는 세진의 과거가 그녀의 지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러한 현실만 보여주고 세진의 과거는 생략한다.
영화는 현실에 몸부림치는 세진만을 부각하며, 나머지 캐릭터 주영, 재필, 신지는 주변인으로 전락시킨다. 상당 부분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조연들의 캐릭터가 애매해지니 영화의 볼거리는 단조롭다. 결국 영화에서 지쳐가는 세진의 감정처럼 보는 사람 역시 영화가 따분해진다.
10대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는 잘 알았으나 그러한 의도를 뒷받침하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