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철학이 단단하면 돈은 저절로 불어난다

in hive-196917 •  4 years ago 

투자철학은 헌법이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국가의 3대 요소라고 함은 흔히 국민, 영토, 주권이라고 배운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3요소를 다시 하나로 묶는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헌법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영토, 주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상호 간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어떤 목표점을 지향할 것인지를 정의하는 단 하나의 단어. 2021년 현재 전문과 12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헌법을 보더라도 1,535개의 법률과 3,191개의 명령과 규칙을 근거하는 지대한 가치이며 대한민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의 세계에서는 어떨까. 먼저 국가의 3요소처럼 투자의 3요소를 뽑아보면 무엇을 지목할 수 있을까?

여러 의견이 많겠지만, 나는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3가지는 투자자, 투자금, 투자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에 대응하는 '투자자'는 투자의 주체이기 때문에 중요하고, 영토에 대응하는 '투자금'은 투자행위를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에 빠뜨릴 수 없다. 마지막으로 주권에 대응하는 '투자전략'은 언제, 무엇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투자의 내용을 결정하므로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투자의 세계에서도 헌법이 무엇일지 곧바로 짐작할 수 있다. 이 3요소를 실체적으로 연결하여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개념이 바로 헌법에 대응하는 투자철학이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헌법이 없는 나라가 없듯, 투자자는 반드시 투자철학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말은 모든 투자자가 철학부터 갖추고 투자를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내 주변에도 많은 사람들이 소위 대박 나는 소식을 듣거나, 주변의 권유에 솔깃하거나, 더 이상 저축만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요즘 암호화폐의 폭등으로 영끌한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신 만의 철학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칙도 없다. "왜 투자하느냐"라고 물을 때, "오를 거니까."가 대부분의 반응이다. "왜 오르냐"라고 물으면 "모른다"라고 한다. 참 이상하지만 요즘 분위기를 보면 이상하다고 볼 수 만도 없다.

하지만 체계없는 국정운영은 국민과 영토에 피해를 입히는 것처럼, 철학 없는 투자는 투자자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일관성 없는 결정을 내리게 하여 결국 피 같은 투자금을 훼손시킨다.



투자의 첫번째 원칙은 내 돈을 잃지 않는 것이요, 둘째도 마찬가지


내 투자철학에 있어서 위대한 스승인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은 단 두 가지.

첫째,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둘째, 첫 번째를 절대 잊지 마라.

세계 1위의 투자 대가 치고는 너무 소박하다. 이 말은 홍보용 멘트일 뿐 진짜 비결은 따로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20년 넘게 투자를 하면서 이 원칙이 얼마나 중요하고, 지키기 힘든 것인지를 여러 차례 느끼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원칙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중요하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하겠다)

투자 철학이 없는 투자행위는 전진이나 후퇴 계획도 없이 전장에 뛰어드는 행위와 같다. 심지어는 무엇을 점령해야겠다는 목표도 없다. 한참 달려가다 보면 생각했던 고지는 반대편에 있을 때도 있다. 여기저기 내 돈을 노리는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투자시장에서 눈을 감고 달리기 하는 꼴이다. 투자금이 내 피라면 이건 자살행위가 아닐 수 없다.

투자철학은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투자금을 불리기 위한 목적은 두 번째다. 워렌 버핏의 말처럼 일단 돈을 잃어서는 안된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해도 일단 따라라. 투자자가 신이 아닌 이상 모든 투자마다 이익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투자마다 손해를 봐서는 더더욱 안된다. 사실 워렌 버핏도 투자 실수로 손해를 본 적이 종종 있다. (그것도 막대한 규모로 말이다) 또 투자를 후회하기도 했다. 따라서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는 것은 투자철학을 설계할 때 지향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즉 손해보지 않는 투자를 목표로 하라는 얘기다.

이쯤에서 궁금한 질문 하나.

지키기만 하면 돈은 언제 버나.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을 올리고자 함인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수익을 벌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 얘기 나올 줄 알았다.



뿌리가 튼튼하면 나무가 자라듯, 투자철학이 단단하면 돈은 불어나게 되어있다


놀라운 비밀을 하나 공개하겠다.

돈은 원래 불어나는 게 본래 속성이다. 따라서 투자철학이 단단하면 돈은 저절로 불어나게 되어 있다.

너무 싱거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농담 아니다. 진짜다.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키.우.려.고.만 한다. 막히는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기가 막히게 끼어드는 기술로 조금씩 조금씩 앞서가는 차들이 있다. 그처럼 투자자들도 이렇게 저렇게 옮겨 타면서 가능한 빠른 노선을 타는 것을 최고의 투자전략으로 여긴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무리한 끼어들기는 반드시 사고위험의 가능성을 높인다. 또 끼어들었다가 그 차선만 밀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끼어들기로 무리하게 진행하는 운전방법이 조금 더 앞서서 갈 수 있다는 것은 경험칙상 사실이긴 하지만 우리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는 효과에 비해 너무 크다. 소위 가성비가 안 나온다. 어쩌다 늦은 길은 그렇게라도 가야겠지만 매일 출근길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투자는 한두 번 사용할만한 과속 테크닉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돈과 투자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하겠다. 돈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어나는 것이다.

투자라는 기술은 평생 내가 쓰고, 자식에게까지 물려줘야 하는 인생의 비기이다. 따라서 어쩌다 잘못 디디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는 잡기로 전해줄 순 없다. 헌법이 대한민국 그 자체이듯, 내 투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내 투자철학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투자철학은 돈을 키우는 게 아니라, 불어나게 지켜준다.

투자자, 투자금, 투자전략이 투자의 3대 요소라고 얘기했다. 또 3대 요소를 다루는 나만의 헌법이 투자철학이라고도 얘기했다. 그렇다면 투자철학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즉 어떻게 나만의 투자철학을 구성할 수 있을까.



투자철학은 관점, 범위, 목표이다.


투자철학은 3가지 내용으로 구성될 수 있다.

첫째, 관점이다.

투자의 구루(Guru) 워렌 버핏은 주식(Stock)은 정해진 이자율과 만기가 없는 채권이라고 정의했다. 이건 상당히 놀라운 발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주식을 채권처럼 미래가치 계산이 가능한 투자대상으로 인식시켜주기 때문이다. 나는 투자자본을 사계절 속에서 자라나는 나무라고 생각한다(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것도 꽤 유용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연스럽게 투자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 있어서다. 돈이나 투자행위, 투자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의하는 것은 이처럼 자신의 투자 방식과 접근 태도를 결정하는 첫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범위이다.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다. 지구 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주시할 수 없으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투자대상에 투자할 수 없다. 주가가 오를 때도, 유가가 폭등할 때도, 암호화폐가 몇 배를 뛸 때도 "왜 그때 안 들어갔지!" 후회하지만, 사실 안 들어간 것이 아니라 못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 일을 어찌 알 것이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서 어떻게 다 투자할 수 있단 말인가. 못한다. 인간의 범위가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점이 자신의 능력 범위를 한정 짓는 것이다. '나는 부동산 중에서 재건축 아파트에만 투자하겠다'. '나는 비트코인이 2,000만 원 이하로 떨어질 때만 매수하겠다'는 다짐이 그와 같다. 범위에 관한 철학은 투자대상이 될 수도 있고, 투자시기가 될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장에서 얘기하겠다.

셋째, 목표이다.

투자 목표 역시 투자철학의 중요한 부분이다. 워렌 버핏은 매수를 매도보다 중요하게 보았다. 그것은 좋은 기업은 영구하게 보유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영구하게 보유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거래가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에서 수익을 실현하고, 연당 수익은 어느 정도 규모로 가져가겠다는 목표도 투자철학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연수익 1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상당히 소박하지만 알고 보면 놀라운 수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목표 수치는 내가 어떤 대상을 고르고, 언제 현금화를 할 것인지에 관한 방침을 결정하게 해 준다.



이제 각자의 투자철학을 생각할 때다


나는 앞으로 이 곳을 통해 투자철학의 3가지 내용인 관점, 범위, 목표에 관해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주요한 내용은 내가 느낀 생각, 투자경험, 현자들이 전하는 격언, 철학이야기 등으로 구성하고자 한다. (쉽게 읽히는 글도 있겠지만, 다소 지루한 글도 있을 것이다) 글을 통해서 투자자 누구나 각자의 투자철학을 세울 수 있게 돕는 것이 내 바람이다. 내 투자철학도 자연스럽게 소개하겠지만, 내 생각이 가장 옳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물론 자랑할 거리도 못된다). 투자철학의 결과는 수익률로 비교될 수 있겠지만, 투자철학 그 자체는 비교되선 안된다.

투자의 세계는 변화무쌍하고 냉정하다. 살벌한 돈의 전쟁에서는 최후까지 살아남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여야 한다. 생존을 위한 피 말리는 과정을 겪으며 사람도 변하지만 그의 철학도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는 세상과 인생을 배우는 과정이며, 자기 수양의 과정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돈을 버는 테크(Tech)로 그칠 것이 아니라, 돈과 인생을 바라보는 사유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모든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끊임없이 연마하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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