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독서쟁이 75 - 언어의 온도(이기주 저) 21_솔로 감기 취약론

in hive-197929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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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로움에 사무치면 자신의 긂자라도 부둥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사랑을 줄 대상을 찾지 못해 감정을 마음에 담아두기만 하면 어느 순간 곪는다고 강변하는 친구 A가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A도 마찬가지. 녀석은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이 세 번 열리는 동안에도 연애다운 연애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호감에서 출발한 감정이 사랑에 도달하지 못하고 신기루처럼 사라질 때마다, A는 에드바크 뭉크의 그림 '절규'에 나오는 사내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녀석은 술자리에서 늘 구시렁댔다. 연애하고 싶은데, 정말이지 연애를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고. 그런 녀석이 줄기차게 주창하는 이론이 있다.
이름하여 '솔로 감기 취약론'이다. 연애와 건강은 떼려야 떨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게 핵심이다.
"연애는 단순히 감정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야.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체내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지. 나를 봐. 연애를 못 해서 감기와 함께 살다시피 하잖아. 솔로가 감기에 취액한 게 분명해."

참으로 '어설픈', 아니 '서글픈' 이론이다.

게라다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육상경기에서 바통 터치를 하듯 끊임없이 연애 상대를 갈아치우는 사람도 잔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 우문에 말려든 녀석은 즉각 우답을 내놓았다.
"그건 아주 간단해. 바람을 피워서 그런 거야. 배우자나 연인에게도 외도 사실을 들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없지. 스트레서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겠지? 면역력도 감퇴할 테고. 아주 쉽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단, A는 늘 외롭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사시사철 감기를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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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감기 취약론..
감기땜에 못 나가서 연인이 안생기는 아이러니.
요즘같은 시국엔 솔로는 더 힘들군요ㅠ

저는 솔로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ㅋ

말도 안 되는 주장인데 조금 솔깃? 하네요 ㅎㅎ

자기 합리화 수치가 아주 높으신 분의 이야기 같습니다~
저도 솔로였다면 어쩌면 공감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