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별

in hive-197929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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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하늘 은하수 한 가운데 있는 네 개의 별을 따라 가시오.”

사흘이 넘도록, 오아시스는커녕 골짜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샘이 말라버린 마을에서 천막을 치고 있던 누추한 노인의 말 한마디에 속아 사흘을 꼬박 밤낮없이 걸었다. 황량한 사막은 끝없이 펼쳐져 있고 건조한 바람에 섞인 모래는 내 온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노인을 만난다면 당장 그 낯짝을 날려버리고 싶을 만큼 내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찼다. 음식은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터라 걸음은 더욱 느려지고 현기증은 심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걸어가다간 자칫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걸음을 멈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리에 드러누웠다. 티 없이 맑은 밤하늘의 수 천 개의 별들이 내 눈 속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문뜩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

사흘 전에 만났던 노인이 만약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정확하게 샘이 솟는 곳을 알고 있다면 어째서 그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

물이 없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체질이 아니라면 살기 위해서 나보다 먼저 그 곳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아주 태연하게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천막을 치고 있었다.

분명, 노인은 삶의 희망을 잃고 죽음을 맞이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노인은 막연히 나를 살려주려 했던 은인이거나, 같이 죽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가벼운 말속임수로 나를 현혹시킨 악마일 것이다.

살을 파고드는 극한의 추위가 온 몸을 휘어 감았다. 극심한 허기와, 추위와, 피로감에 속박된 나는 쇠사슬에 꽁꽁 묶인 죄수처럼 모래 한 바닥에 누워 서서히 죽음을 기다렸다. 황량한 사막 어딘가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흉흉하게 울려 퍼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축축한 물기가 내 입가를 맴돌았다.

다행히 며칠을 굶은 짐승의 광기어린 침이 내 입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광기어린 짐승대신 순한 양처럼 선하게 생긴 젊은 여자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완전히 눈을 뜨자 여자는 신이 난 사람마냥 펄쩍 뛰며 누군가를 향해 외쳤다.

“아버지! 아까 쓰러져 있던 사람이 눈을 떴어요! 살아있어요!”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나를 따라 오너라! 행여나 얼마 남지 않은 물을 낭비할 생각 마라!”
“알았어요! 괜한 걱정은...”

여자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낙타의 짐을 챙기는 사이 자신의 물통을 열어 몇 방울의 물을 내 입에 떨어뜨려 주었다.

여자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는 이내 자신들이 타고 온 낙타를 타고 유유히 멀어져 갔다. 그들이 사라진 후 우주는 다시 평온해졌다.

이제는 살았다는 옹졸한 안도감과 함께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에 비친 여자의 온화한 미소가 한참동안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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