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멤버 소개 2: 대집사장의 탄생

in housework •  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스팀잇을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그간 회사일과 가사노동에 치여서 근 2주 가까이 방치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소개한 저희 집 큰아이 란포에 이어 시트콤의 다음 멤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건... 바로 접니다! 저는 집에서 ‘대집사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종종 ‘가모장’이라 부르는 동거하는 여자친구가 친히 내린 호칭입니다.
 
세태파악하느라 책 읽다보면 거듭 느끼는 건데요. 어쩌다보니 저는 제 또래 남성(30대 중반) 중에서 가사노동을 제법 잘 하는 부류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요리 쪽이 좀 처지긴 합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국물요리 몇 종류만 대략 할 줄 알고, 해먹는 걸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서요. 하지만 과거 부모님 세대의 4인 가정 외벌이 자녀 양육 가정 때와 달리, 지금 제가 경험하는 2인 맞벌이(...+2묘 양육) 모델에서 요리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
 
‘가모장’이 가사노동 영역에 대해 별로 감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70% 이상을 제가 떠맡고 있고, 이제 그 사실에 체념하되 일종의 감독관이 되었습니다.
 
“오늘 내일 중에 이거는 해줘. 저거는 치워줘”라는 식으로 지시하는 것이죠. 사실 지시하는 것도 추가적인 일이에요. 지시할 때만 움직이는 남편들에 대해 페미니즘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비난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제 입장에선 그렇게라도 안 하면 제 가사노동 분담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둘 다 회사를 다니는 경우 뿐만 아니라, 가모장이 쉬고 저는 출근을 할 때라도 제가 70% 가까이 떠맡는 식이 됩니다. 가모장은 필요가 없으면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 집안 구석구석에 어디가 더럽고 어디를 치워야 하는지도 제가 말해주기 전에는 모릅니다. 물론 출근 안할 때라도 경제활동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고, 프리랜서 일거리를 떠맡아서 돈을 좀 벌긴 합니다만, 저희 둘 다 소득이 고만고만한 게 사실이니 처음엔 이게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짜증도 많이 났어요. 하지만 지금은 공평이란 게 모든 커플에 적용될 수는 없지 않은가, 각자 자신들의 사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가모장’이 제게 ‘대집사장’이란 직위를 수여하고 제가 기꺼이 받아들인 건 짜증을 벗어나 현실에 체념하고... 더 나아가 자부심을 가져보자는, 뭐 그런 생각에서였을 겁니다. 가모장은 이 호칭을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저희 커플에선 저보다 여자친구 쪽이 일본 쪽 게임을 더 많이 했습니다)에서 착안해서 붙였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사정은 몰랐고 제가 고양이 두 마리에게만 집사인 게 아니라 이 집 구성원 전부에게 집사란 의미로 다가와서 꽤 좋아했습니다. 이 호칭으로 스스로를 부른게 2017년 가을의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전 시기인 2017년 8월 13일에는 독박 가사노동에 지친 나머지 제가 ‘가모장’의 가사노동 분담을 독려하기 위해 정리한 문건이 남아 있네요. 그때그때 시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짜증을 내면 서로 얼굴 붉히고, 게다가 뭔 짜증을 그리 내냐면서 역공을 당해 외려 제가 사과하는 경우가 생기니, 아예 문건을 만들어서 보여주기로 했던거죠. 가모장은 문건을 좋아하거든요. 저희 이름이 나온 부분은 ‘C'(captain의 약자. 가모장을 지칭)와 ’H'(home minister의 약자. 대집사장을 지칭)으로 바꿔서 소개할게요. ㅋㅋㅋ (참고로 당시엔 두 사람 다 출근하는 중이고 둘 다 출퇴근 시간이 다소 프리한 편이었습니다).

가모장은 한동안 집에서 쉬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도 제가 가사노동을 전담했고, 다행히 곧 다시 출근하게 될 것 같네요. 이런 상황이면 차라리 출근해서 돈을 좀 더 벌어오는 게 제 입장에서 덜 억울하거든요. ㅎㅎㅎ

(사진은 오늘 아침... 아주 깔끔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정리된 부엌 풍경 속 구입한지 얼마 안 된 튼튼한 빨래 건조대 뒤에 숨어 있는 우리집 둘째 란마의 모습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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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 분담 현황
written by H 2017. 8.13

1 우리집 가사노동은 영역별로 어느 정도 비중일까? (H 체감)

1> 청소(40%): 15평 쓰리룸이라 원룸 생활 때보다 더 많은 부분이 있음

2> 정리정돈(10%): 사소한 영역이나 따로 빼서 생각해야 할 만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음. 바닥에 물건이 금세 수북하게 쌓임

3> 빨래(20%): 비교적 노동강도가 덜하지만 제때에 해야지 미루면 일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음. 적당한 시점에 세탁기에 돌려야 작업이 용이함

4> 요리 및 설거지(20%): 집에서 얼마나 해먹느냐에 따라 비율이 유동적. 10~30%로

5> 쓰레기 정리/배출(10%): 제때 안하면 쌓임. 2)와 연동되어 있는 부분이 있음

2 우리집 가사노동은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가? (H 체감)

1> 청소: 일단 하는 양도 양이지만, ‘청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하는 경우의 빈도수에서 격차가 압도적. H가 먼저 청소를 하고 있으면 거기에 압박감을 느껴서 다소 도와주는 정도라는 느낌이 들 정도. 그래도 자기 물건 치우거나 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므로 8대2로 추정

2> 정리정돈: H 생각엔 C가 이 영역에서 하는 일이 없음. 10대0 추정

3> 빨래: 그나마 양호한 부분. H가 주도적으로 할 때도 걷은 빨래 중 C 옷은 처리하지 못해 올려둘 뿐이라 C 스스로 정돈해야 함. 세탁기를 돌릴 때 걷는 걸 도와주는 빈도가 꽤 됨. 그러나 먼저 주도적으로 세탁기를 돌리는 경우가 최근엔 거의 없었음. 6대4 추정

4> 요리 및 설거지: 일단 C가 요리를 전담하고 있었는데 최근엔 요리를 별로 안하게 되면서 요리의 비중이 줄어들음. 설거지 영역에서는 반반 정도이다가 최근엔 쏠림 현상이 일어남. 전체적으로는 4대6 정도로 추정되지만, 이 영역의 비중이 최근 줄어들고 설거지도 H에게 쏠리면서 불만이 누적된 부분이 있음

5> 쓰레기 정리/배출: 역시 H 생각엔 C가 이 영역에서 하는 일이 없음. 10대0추정

3 분배율 계산 및 최근 조류 (H 체감)

위 분석으로 계산한다면 72 대 28 정도가 됨. 이 역시 약간의 불균형 상태이나, ‘요리 및 설거지’ 영역을 20%로 계산하고 4대 6의 분배율로 계산한 것임. 말하자면 이 비율로 볼 때 요리를 꽤 열심히 하는 시기엔 분배율이 65대 35 정도로 완화되어 불평이 적어짐. 더구나 요리는 업무량과 무관하게 퍼포먼스의 질에 따라 만족도가 높아지는 영역.

하지만 지금처럼 몇 개 영역에 전적으로 무관심한 상태에서 요리 영역의 비중이 줄어들 경우문제가 발생. 추정상 더운 여름이 온 후 ‘요리 및 설거지’ 영역의 비중은 1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보이고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 상황에서 설거지는 편중되어 4대 6이 아니라 역전되어 7대 3 정도로 변동된 것이라 생각. 이를 반영하여 (이러면 100분율이 아니라 90분율이 되지만) 계산할 경우엔 71 대 19가 됨.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79 대 21 정도가 됨

4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1> 잘 하던 영역인 요리 영역의 비중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부분은 거의 간섭하지 않던 부분을 신경쓰는 것

2> 정리정돈 영역과 쓰레기 정리/배출 영역의 경우 비중도 크지 않고 집안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C의 성격상 간섭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

3> 결국 청소와 빨래 영역에서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음

(마지막 사진은... 오늘도 가모장이 자고 있는 사이 아침 청소와 빨래 등을 완료한 후 건조대의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새로 산 건조대의 놀라운 실용성에 KIBUN이 매우 좋았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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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work #life #kr #krnewbie #kr-new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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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장과 대집사장. 호칭이 재밌네요. 비슷한 삶의 방식을 갖고 계신 듯 하여 무척이나 공감이 갑니다.

감사합니다. :)

집안일을 엄청 분석적으로 하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