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스포츠건 중요한 경기일수록 실수가 적은 쪽이 유리하다. 모든 승부가 그렇다. 중요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실수가 승패를 가르게 마련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선거는 특히 그렇다. 한마디 말실수가 한번의 잘못된 행동이 승패를 가르는 일이 너무 많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 문제라던지, 정동영의 노인 발언 같은 것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선거를 치를 때는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진영의 후보를 좀 더 돋보이게 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지만, 그보다는 상대방의 결정적 약점을 폭로하거나 실수를 하도록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 네거티브 선전이라 불리는 전략도 그 중 하나다. 네거티브란 말이 담고있는 네거티브한 뉘앙스 때문에 네거티브한 느낌을 받지만, 사실 네거티브는 잘못된 전략이 아니라 굉장히 효율적이며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뭔가를 잘되게 하기는 어렵지만, 잘못되게 만들기는 쉬운 법 아닌가.
네거티브 전략의 문제는 상대방의 나쁜 점을 이야기하는데 있지 않다. 네거티브 전략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허위로 선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이며, 흑색,허위 선전만 아니라면 네거티브 전략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공직에 나가려는 특히나 대선에 나가려는 사람은 철저한 검증을 통과해야 하고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해 유권자에게 평가받아야만 한다. 선거에 나온 후보에 대한 검증은 상대 후보의 의무이자 권리다.
선거 때만 되면 네거티브 전략은 그만두고, 정책 대결을 하자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헛소리다. 이명박의 경우처럼 정책이 좋건 말건 그 후보가 정책을 지킬 생각이 없는 사기꾼이면 정책 대결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 후보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부터 밝혀야 하는 것이다.
- 대통령 선거 과정은 슈퍼마리오랑 비슷하다. 골에 도달하는 과정에 설치된 수많은 부비트랩을 넘어야 한다. 상대방의 검증, 네거티브 선전, 흑색 선전 등 온갖 함정을 피해야만 당선이라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수많은 후보들이 이 과정에서 나가 떨어졌다. 이회창의 아들 병역 문제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까발겨진 문제점들이 본선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특이한 현상 덕에 당선되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1. 보수언론들이 검증을 회피했음 2. 네거티브 선거를 해서는 안된다는 민주당의 찐따같은 강박 때문이었다.
대선 때 제대로 검증을 안 받았기 때문에 이명박은 지금 감옥에 가게 생겼고, 박근혜는 이미 감옥에 가있다는 인과응보의 법칙은 덤이다.
수구 진영 후보는 좀 썩어도 괜찮지만, 민주 진영 후보는 쉬리가 살 수 있을 만큼 청정수라야 한다는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 수구 진영 후보의 실수에는 너그럽지만, 민주 진영 후보의 실수에는 비정상적으로 가혹하다. 누가 뭐라건 엄연한 사실이다.
- 그렇기 때문에 민주 진영 후보는 문재인처럼 ‘비정상’적으로 깨끗해야 한 동시에 언행에 실수가 거의 없어야 한다.(정말 2017년에 민주 진영 후보 중에 문재인 같은 사람이 있었던 것은 천운이다.) 강박적으로 보일 정도로 청렴하고, 언행도 신중해야 한다.
불공평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두고 불공평하네 마네 불평해봐야 소용없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대로 받아들이고 대응해야한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 문재인에게 가해진 검증이 ‘고가 안경’ ‘명품 의자’ ‘비싼 양말’ ‘처마 연장’같은 어이없는 것들이었다는 것은 1. 문재인이 얼마나 깨끗하게 인생을 살아왔는가 2. 민주 진영 후보에게는 미친 듯이 빡빡해지는 기준.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한다. (다른 대선 후보 쪽 네거티브 팀에선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어 죽고싶었을 거다. 뭐 좀 찾아내라고 쪼는데 뭐가 나와야 말이지)
문준용씨 얘기는 같잖아서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
- 안희정과 이재명은 이 부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안희정의 ‘SM5’,‘부천아파트’,‘상품권’같은 건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세상이 다 아는거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모르는 사람 많다. 당신의 상식은 세상의 상식이 아니다. 아직 본선 무대에 제대로 선 적이 없기 때문에 저 문제들이 불붙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이랑 박근혜도 문제가 있었지만 당선되었다고?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나.
주장하는 쪽이 근거도 제대로 못대는 문준용씨 문제도 그렇게 불이 붙는게 민주 진영 후보에 대한 검증이고, BBK나 최순실처럼 이미 다 밝혀진 것도 검증하지 않는게 수구 진영 후보에 대한 검증이다. 안희정이나 이재명의 문제도 본선에 올라오면 제대로 불이 붙을 거다.
안희정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올게 아닌 다음에야 저런 가혹한 검증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향토 장학금’ 발언은 안희정이 청렴성 검증과 헛발질 검증을 통과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돈을 받아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도 문제지만, 그걸 ‘향토 장학금’인 줄 알았다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 민주진영 후보가 대선 때 저런 소리 했다간 바로 그 순간이 시합 종료다.
안희정은 진중해 보이는 이미지 덕에 언행에 실수가 별로 없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아니다. 지난 대선 경선 때도 안희정이 얼마나 많은 설화를 불렀는가. 안희정으로는 어렵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오해하지 마라. 안희정은 좋은 사람이다. 다만 민주 진영 대통령 후보로 나오기엔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도 대선과정에서 벌어질 엄혹한 검증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거다. 이재명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면 도덕성과 관련된 각종 의혹 제기는 차치하더라도 본인이 자신있어 하는 ‘말’로 인해 화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민주 진영 후보는 1.고도의 청렴성과 2.헛발질 하지 않는 언행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준이다. 이 두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다. 대부분 현미경 검증을 받아본 적이 없고, 대중에 노출된 빈도와 강도가 낮아 언행을 평가받을 일이 많지 않아서 헛발질 할 일이 없었던 것 뿐이다.
(이 부분에서 이재명을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대선 후보 급으로 떠오른 이후, 이재명은 끊임없이 떠들었고, 그것들이 대중에게 많이 노출됐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의 언행에 작은 실수들-문재인 지지자들에 대한 비하-은 있었을 지언정 헛발질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이 정도 떠들었고 그게 노출되면 헛발질을 크게 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누가 뭐라건 말은 잘한다. 대중을 상대로 말을 해야하는 자리를 맡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박주민의 청렴성은 아무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박주민이 금전이나 청탁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켰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그 정도다. 얘기할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이 얼마나 될 거 같은가? 박주민에게는 도덕성 검증이 필요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는 태산만큼 높은 이 허들을 박주민은 호나우두가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슛을 차 골인시키는 것만큼이나 손쉽게 통과할 거다.
- 박주민은 초선치고 아니 초선이 아니라 3-4선쯤 된다고 쳐도 쉽지않을 만큼 언론 노출이 많고, SNS 사용에도 적극적이다. 당연히 대중노출도 많았다. 노출이 많다는 얘기는 헛발질할 일도 많았다는 얘기다. 수많은 노출에도 불구하고 설화를 일으킨 적이 거의 없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표창원 의원을 보면 알 수 있다.
표창원 의원 때문에 문제가 됐던 일들은 내용을 살펴보면 표 의원이 크게 잘못한 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출이 많았기 때문에, 유명하기 때문에, 노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설화가 자주 일어났다.
하지만 박주민의 경우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 이것은 박주민이 ‘보기와는 달리’(웃음) 대중감각이 있고, 언행을 신중하게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 작년 10월에 마지막으로 박대만 6편을 쓰면서 다음 편은 ‘헛발질 하지 않는 박주민’편이라고 예고한 후 개인적인 볼 일을 보느라 박대만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에 박주민이 좀처럼 하지 않던 헛발질을 두 번이나 했다 (이 사람아 그 새를 못참고 헛발질을 하냐.....가 아니고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이 정도는 헛발질도 아니고 ‘이나’도 아니지만 대통령이 되려는 민주진영 후보라면 ‘두번이나’ 헛발질 한게 맞다. 불공평하지만 그렇다.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뎌라?). 하나는 성차별 관련 발언이었고, 나머지는 정의당 문제다.
일반적으로 볼 때 실수는 자신이 잘 모르는 장소나 분야에서는 잘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하는 말이나 행동은 신중하게 하기 때문에 실수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문제에서 헛발질을 한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오만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중의 감각과 자신의 감각이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전체적인 그림이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할까?
큰 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박주민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된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박주민은 옳은 말을 하기 보다는 옳은 행동을 하려는 사람, 정의당을 놔두고 민주당을 고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헛발질이 왜 벌어졌는지도 정확히 이해했을 거라고 본다.
설화가 일어나는 것은 어떤 한 진영이나 세력만으로는 어렵다. 되먹임 과정을 통해 불이 붙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쪽 진영에서만 공격해선 좀처럼 불이 붙지 않는다. 최근에 비트코인이나 아이스하키 팀 문제로 인화가 가능했던 건 수구 세력만이 아니라, 반대 진영에서도 참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표 의원 문제도 여성계 쪽에서 가담했기 때문에 불이 붙은 것이다.
박주민 의원의 설화도 같은 편 쪽에서도 인화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부분만 확실하게 이해하면 된다.
- 성차별 문제는 민감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양측의 발언이 모두 맞는 말이다. 게다가 차별이라는 것은 이성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감정적인 문제다. 그래서 참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어떻게 말해도 욕을 먹을 수 있는 문제다. 한 쪽에선 칭찬을 받지만 다른 쪽에선 욕을 먹을 수도 있고, 혹은 양쪽 다 욕을 할 수도 있다. 양 쪽에서 전부 칭찬을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박주민의 헛발질은 성차별 문제가 지닌 이런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이 진보 이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정의당 문제는 좀 다른 문제지만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앞으로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된다면 이런 일이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어느 한 쪽에선 환호하더라도 다른 쪽에선 욕을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걸 유도하기 위해, 혹은 어설픈 정의감에 휩싸여 후미에를 요구할 것이다. 이럴 때 진짜 기량이 시험대에 오른다. 문재인에게 물어본 동성애 관련 질문같은 것이 좋은 예다. 이런 걸 현명하고 슬귀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박주민은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진 정치인이다. 성차별 건과 정의당 건은 예방 주사 맞았다 생각하고 교훈 삼으면 된다.
- 박주민이 그간 해온 말과 글, 행동의 양, 주목받는 정도를 감안하면 두 번의 설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굉장히 적다. 저 정도 실수가 크게 눈에 띌 만큼 박주민은 헛발질이 적은 정치인이다.
민주 진영 대선 후보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검증이 지나치고 불공평하지만, 어쨌든 벌어질 일이다.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걸 왜 사과가 떨어진다고 불평해서 뭐하나. 불평할 시간에 떨어지는 사과를 받을 생각을 하는게 맞다.
그래서 민주 진영 대선 후보는 헛발질이 굉장히 적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건 진짜 중요한 자질이다. 문재인이 헛발질을 거의 안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민주 진영 후보로 나오면 다들 문재인처럼 할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이건 커리의 3점슛을 보면서 3점슛은 쉽구나 생각하는 거랑 같다. 헛발질 안하기는 되게 어려우며, 매우 중요하다. 현재 ‘내 머릿 속’ 대선 가능권 후보 중에 이걸 만족하는 사람은 박주민과 이낙연 단 두 사람 뿐이다. 그래서 나는 박주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관심없는, 본인도 관심없는, 글쓰는 사람마저 관심없는 앙코르와트처럼 버려진 프로젝트 박주민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 박대만 프로젝트는 계속 됩니다. 박대만 프로젝트 8편은 ‘포레스트 문, 포레스트 박’편입니다.
한줄 요약 : 이 긴 걸 다 읽었다니 당신 미친거 아냐?
주) 후미에 : 에도 막부에서는 십자가에 못박혀서 매달린 예수나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목재 또는 금속 성화상을 기독교 신자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밟고 지나가게 하여, 예수나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때문에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밟지 않으면 기독교 신자로 간주하여 체포하였다. 1612년 에도 막부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기리시탄 금지령이 공포되었고, 1619년 2대 도쿠가와 히데타다에 의하여 고사츠(법령을 민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설치한 게시판) 설치 등 거듭되는 기독교 탄압 정책의 맥락에서 1629년 도입되었다. 1856년 나가사키 및 시모다의 개항지에서는 폐지되었으나, 1873년 메이지 정부가 고사츠 철거를 지시할 때까지 기독교 탄압은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