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없이 다닌 몇일...

in il-diary •  6 years ago  (edited)

6월 13일. 낮시간 인줄 알고 예매한 뱅기표가 새벽 3시25분 출발이었다. 하루전에 알았다.

엘에이.

다행이 엘에이에는 오후 6시쯤 도착했다. 지갑엔 11달러가 있었다. 별 일도 없이 가야하는 미쿡엔 딱히 재미도 없고 귀찮기만 하다. 미국 은행계좌는 마이너스로 변해있다. 다행히 카드는 살아있어 그거하나 믿고 왔다.

탄자냐 전화는 선불폰이라 로밍도 안됐고, 공항 와이파이로 우버를 불렀는데 건물 밖에서는 연결이 안돼 만나지 못하고  취소당했다. 버스 탈 생각에 가방끌고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노란택시를 타고 한인타운 목적지까지 오긴 왔다. 빚내서 쓰는 카드가 이렇게 고마울줄이야 정말 고맙다. 

피곤한 첫날 저녁은 때마침 준비한 치맥으로 마쳤다.  비행시간이 길어 다음날로 알려줬는데 이게 동쪽에서 서쪽으로 왔다고 같은 날이었다. 한국에서 한두번 다닌것도 아닌데 하기 싫은 일을 하다보니 이런 실수까지 했다. 새벽 두시반에 일어나 6시까지 차를 마시고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역시 엘에이 음식은 맛있다. 몇일 있으면서 다 먹어보고 싶긴 한데 배부르니 별생각 없어진다. 상큼아삭 깍두기는 뱅기의 피로를 잊게 해줬다.

오늘 아침엔 자주먹던 와플에 커피로 했다. 엘에이 날씨가 좋다. 파란 하늘에 높이 자란 야자수와 보라색꽃이핀 나무들이 이쁘다. 동네 한바퀴를 걸으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꼈다.  거리엔 노숙자들이 일인용 텐트를 인도에 쳤고 아침에 나와서 스트레칭을 한다.  이 천조국에서도 노숙자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다. 노숙자를 만들고 천조국의 위용을 자랑한건 아닌지...


그새...

벌써 며칠이 지났다. 혼자 한가한 시간이 없다. 

이틀전에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이리저리 구경도 하고 날씨탓도 하고 ... 

흐린날 한시간 반을 기다려 백년넘었다는 전동차를 탔다. 뭔날인지 사람이 너무 많고 추워서 벌벌떨었지만 타고 달리면서 싹 풀렸다. 이 야산에 건물을 짓고 넘어다니는 전동차를 건설하고, 왜 이곳에 이렇게 힘들게 지어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력넘치는 도시다.  

이 무지게 깃발로 도로를 장식하고... 그 거리에 흐르는 마리화나 연기... 흐미...


애플이 있다길래  우주선 보러 갔다 ...

증강현실을 보여주는것 같긴한데...직원이 아이패드 프로로 관람객들에게 계속 보여주는데 이런 써비스가 맘에든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우주선에 아이패드를 비추면 저렇게 보임..

반찬없이 지난 세월... 역시 밥에는 반찬이 있어야 멋있다.


그새... 엘에이

글써놓은게 안지워져서 걍 이어쓴다.

샌프란에서 엘에이까지 7:30분 정도 버스타고 내려왔다. 지금은 마른풀 언덕이지만 쭉쭉뻗은 도로와 함께 아름답다. 

인간의 노력으로 이 사막에 포도와 오랜지 나무가 파랗게 자란다. 아프리카에 이정도 자금력을 투자한다면 얼마나 멋질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찜질방을 찾았다. 호텔보다 찜질방에 가고싶었다. 찜질방은 모든사람이 계급장떼고 다니는 분위기가 좋다. 그동안 밀린때도 밀겸... 미역국과 김밥한줄... 행복했다. 넓은 홀 많은 사람속에서 반바지 입고 아무곳에서나 눈치안보고 뒹구는 기분 역쉬 편안하다. 

아침일찍 가까운 스벅에 와서 바라보는 이 다양한 인종느낌... 좋다. 엘에이에는 몇번와봤지만 다운타운쪽은 처음왔다. 이렇게 많은 노숙자도 처음봤다. 어느 거리엔  노숙인들 텐트촌이 있고 이 구역은 노숙자 구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 살 때는  아침에 스벅에 와서 커피마시는게 일상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일주일 일정으로 엘에이에 들렸는데 아프리카가 그립다. 가서는 또 안터지는 인터넷에 열내며 괜실히 부는 바람과 흙먼지 뜨거운 햇볕을 나무라겠지만 이상하게 그립다. 그런데 이 북아메리카 대륙은 정말 아름답다. 쩝...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게 좋은걸까 없는것 보다는 좀 나아보이긴 한다. 현실에 만족하며 산다는게 뭔지 잘 모르겠다. 내 짐이 있는 곳이 편한줄은 알겠지만 그곳이 끝은 아니고, 어느곳이든 그곳이 끝이고 싶지도 않다. 무언가를 선택해야할 땐 약간의 정보가 필요하다. 어느정도의 경험치와 지식이 쌓일 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겠다. 아니면 남말을 들어야 하는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미국에 왔는데 10%만 남겨두고 가야겠다.

어느곳에서나 바라보는 하늘, 같은 하늘 다른느낌 아무래도 같은 하늘이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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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식을 들으니 반갑습니다. L.A. 풍경도 잘 보고요. 사막에 심어진 나무가 인상적입니다. 얼마전 유투브에서 혼자 사막에다 나무를 심는 사람 얘기를 봤는데 아프리카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지만 좋은 나무들도 다 베어내는 마당에 힘들겠지요? 사람들의 의지가 중요한데...

사막의 엄청난 농장을 보면 기업농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농장을 할려면 뭔가는 밀어내야하겠죠. 기업농을하면 지역민들은 진정한 노동자가 될까요 ㅠㅠ 노예농이될까요..
지금은 별 욕심없이 대충먹고 놀면서 조금일해도 되는데..ㅎㅎ 속이야모르겠네요.
풍경은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아하! 그러시군요. 저는 해외에는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미국은 아직 못 가봤습니다. 애리조나에 있는 친구가 한분 다녀가라고 몇번이나 초청했는데도 미국엔 못 가봤습니다.^^

미국의 매력은 드라이브죠...ㅎ 애리조나 정말 좋습니다...꼭 가보세요...

그렇군요.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러더군요. 아프리카... 탄자니아는 늪 같다며.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마력이 있는 곳이라며. 마력이 좋은 마력인지 구린 마력인지 저는 헷갈립니다만. 일정 마지막 날까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

저 역시 그 마력에 빠져 오늘 새벽에 탄자냐로 돌아왔습니다. ㅎㅎ
뱅기에서 나오자 마자 꿉꿉한 습기가 먼저 맞이해 주는군요...
아무래도 조금더 오래 살아볼까 생각중입니다...그냥 생각...ㅋㅋ
고맙습니다.

글을 너무 늦게 봤습니다. 7일이 지났길래 여기에 보팅하고 갑니다.

앗, LA 다녀가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