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깊은 밤/cjsdns

밤이 깊기는 깊었는가 보다.
건너편 김밥집도 불 꺼진 지 오래됐고
지하실 노래방도 셔터 내리는 소리 진작 들렸다.
장사가 안된다고 모두가 아우성이나
그래도 쉬는 날 없이 가게문 여는 주인들이 고맙다.
가게라도 하면 밥 먹고 사는데 부족함 없고
남들이 부러워했는데 자영업이 넘쳐나고 경기가 죽으니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 자영업자라 한다.
쉬는 날도 제대로 없고 인건비 바짝 오르니
사람 두기 겁나고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고
하자니 갈수록 태산이란다.

깊어가는 밤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날밤 새우며 궁상을 떠는데
오늘이 아름답게 기억되려면 이렇게라도 써놓고 볼일
그냥 흘러가는 강물이 될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바라만 보는 강물이 아닌
역사를 바꾸는 강물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오늘 밤의 나의 구질한 모습이 인연이 되어
그런 날의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

강물은 흘러간다.
이 밤도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