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을 자세히 살펴본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을 넘어 이 세계가 진화해 온 그 모든 흔적들을 본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각각의 단층들은 그 단층이 표층이었던 시절의 지구 표면의 모습과 그 위에 살았던 생물들의 이야기가 화석으로 프린트 되어 있다. 각각의 단층들을 죽 이어 살펴보면 진화의 흔적들이 큰 패턴으로 나타나며 그 패턴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단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구는 연속적으로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특정 시기에 불연속적 도약을 한 것이 틀림없고 그 도약에는 많은 도태도 있지만 또한 새로운 창발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짐직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그 다음 단층으로 올라선 생명들과 여전히 습관을 반복하면서 그 이전 단층에서 화석이 되어버린 생명들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왜 이 세계는 이런 도약의 순간들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을까? 등등 신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통합이론에서 이야기 하는 재구성적 탐구는 기본적으로 그랜드캐년보기와 같은 방식의 세상 탐구 방식이다.
빅 히스토리를 통해 현재까지 전개되어 온 물리적 세계의 패턴, 문화적 세계의 패턴, 그리고 심리적 세계의 패턴을 그랜드캐년 보듯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사실 이런 방법론은 통합이론이 만든 독특한 방식은 아니고 각 상한에서 나름대로 방법론을 세워 온 많은 분과과학에서 시도되어온 방법론이다.
핵심은 이러한 재구성적 탐구를 통해 우리는 이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지금껏 펼쳐져 왔는지에 대한 가장 근사한 지도를 얻을 수 있으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방식의 예측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그랜드캐년의 표층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혀 예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이전의 모든 단층들이 보여온 큰 패턴을 읽어 나가자면, 지금 표층에서 일어날 것들이 그 다음 단층이 왔을 때 어떤 모습을 축적될 것인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역사를, 삶을 그리고 이 세계를 재구성적으로 보는 시각을 갖는다는 것은 가장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인 실재 파악의 방법론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이 빅데이터, 빅히스토리를 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