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에 대한 공상 01

in internalphantasy •  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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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담자입니다.

정신분석을 기반으로

내담자를 만나다 보면

간혹, 그들 내면에서

비슷한 유형의 환타지를

만납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을 타고난 아이가

참혹한 어린시절을 보내는 경우가 있죠.

부모의 폭력적인 난투극,

난무하는 욕설과 모욕,

다양한 형태로 가해지는 학대.

이러한 환경은 고스란히 아이의 내적 환상을 형성하여

평생을 지배합니다.

아이의 가치관, 성격을 비롯해

살면서 이루어지는 온갖 선택에

은밀하고 혹은 공공연하게

영향을 줄 거에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아이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판단할 수 없게 되죠.

요즘 말로 <멘붕>

이 어린 인간은 그야 말로

얼음처럼 굳어져 버리죠.

어린아이들을 심리치료할 때

<언어>를 넘어선 다른 도구가

필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독서, 그림, 놀이, 행동을 통해

그들의 내적 환상이 드러납니다.

내적 환상이 참혹하고 기이하며

수치와 비참함으로 얼룩질수록

아이는 이것을 상쇄하기 위한

환상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보여요.

저는 이것을 <탈현실적 공상>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나는 사실 이 집의 친자식이 아닐거야.

이렇게 견디다 보면 언젠가 진짜 부모님이 나타나

나를 구해주고 저 나쁜 가짜 부모들을

혼내줄지도 몰라.

어느날 갑자기 내게 마법의 힘이 생길수도 있어.

순식간에 황금이 생기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나타나고

나는 아주 훌륭하고 아름답고 힘센 사람이 되어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못하게 될 거야.

이런 식의 공상이 아이로 하여금 현실을 견디게 합니다.

텔레비전, 이야기책, 친구, 선생님, 미디어 속 멋진 인물 등이

아이에게 유형 무형의 메시지를 전하고

도피처가 필요한 아이는 그 메시지를 자신의 욕망에 맞게

변형 가공하게 됩니다.

가공된 메시지는 아이의 공상이 되어

비참한 내적 환상을 견뎌낼 수 있는

혹은

비정한 세상에서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소공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60, 70년대 아이들의 필독서였고

한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동기에

아이들의 혼란을 붙들어주는

공상 재료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세대의 여성 내담자를 상담하다 보면

소공녀를 읽으며

견딜 수 없는 일들을 잠시 외면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고백을

자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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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의 어느 단계에 이르고

내담자와의 사이에 신뢰로운 관계가 형성되면

현실의 고통이나 증상 너머에 있는

비참한 내적 환상과 탈현실적 욕망을 함께 발견합니다.

내담자 입장에서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야 하는 장면이에요.

그 수치심과 비참함은

한 개인이 가장 무력하고 약한 시절에

마치 거인 앞에 꿇어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는 절박함 속에서

형성된 것이기에

자기 자신에게도 드러내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내용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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