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장애 이야기 두 번째 - 그 녀석의 첫 방문steemCreated with Sketch.

in jjangjjangman •  7 years ago  (edited)

  그 날은 2017년 1월 31이었다. 설날 휴일 4일 내내 시댁과 친정을 오간 터라 너무 피곤했다. 휴가를 쓰고 싶었지만 휴가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이 안 좋아서 쉬는 휴가는 항상 너무 아까웠다. 회사에 와보니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아침은 늦잠 자서, 점심은 빨리 퇴근하기 위해 먹지 못했다. 오후쯤 되니 목 뒤가 느낌이 이상했다. 쥐가 나는 느낌이랄까? 뭔가 찌릿찌릿한 것이 목 뒤의 힘줄이 빡 서는 느낌. . ‘ 그냥 근육이 뭉친 거겠지. ‘라고 대충 생각하며 그렇게 내 몸을 보살 필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한 행동들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난 뭐가 중요한 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냥 근육이 뭉친 거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내 몸을 보살 필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한 행동들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난 뭐가 중요한 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퇴근한 후 스터디가 있어 모임 장소인 강남 역으로 향했다. 밀리는 건 당연했지만 꽉 막힌 도로에 짜증이 심하게 났다. 목 뒤가 더 뻣뻣해 오는 것 같아 한 손으론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론 목 뒤를 연신 주물렀다. 스터디 모임은 늦었는데 주차장자리를 찾지 못해 근처 건물 대여섯 군데를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다 자리 값이 비싼 곳에 겨우 주차했다. 밥도 못 먹고 주차 자리도 못 찾고 스터디 모임까지 늦은 터라 화가 머리 끝까지 나고 가슴이 크게 뛰었다. ‘ 뭐 별일 있겠어?‘ 라고 생각했다. 

  스터디를 끝낸 후 집에 일찍 가서 쉬고 싶었지만 스터디 회원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욕심이 났다. 그렇게 밤 11시. 족발 집에 가서 그날 첫 끼를 먹었다. 밤이 늦어 왠지 먹으면 살로 다 갈 것 같았다. ㅎㅎ한 점 먹고 젓가락을 내려 놓았다. (그 땐 건강보다 살 찌는 게 더 중요 했나 보다.)   

 그렇게 스터디 장 얘기를 한참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 시야가 흐려지면서 머리에 쥐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마에 연결된 혈관을 누가 하늘로 잡아 당기는 느낌  내 앞에 펼쳐져 있는 테이블의 음식이 갑자기 그림처럼 보였다. 현실과 내가 분리 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증상이 공황을 앓는 사람들이 거의 처음 겪는 것이라고 했다. 내 영혼과 몸이 분리 된 느낌. 내 앞에 누가 있던 내가 어디에 있던 간에 이 공간에 나 혼자만 있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고 온통 머릿속엔 ‘이 순간이 내 마지막 순간이구나’ ‘죽는 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엄마한테 마지막 인사 못했는데 어쩌지?’ ‘나 이렇게 죽으면 억울해서 어쩌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인생 처음으로 내 의지로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내 몸인데.    

온통 머릿속엔 ‘이 순간이 내 마지막 순간이구나’ ‘죽는 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 그렇게 인생 처음으로 내 의지로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내 몸인데.   

그리고 5분 정도 지나자 증상이 잠시 완화되었다. 잠깐 괜찮아졌을 때 사이다를 들이켰다. 빈혈이나 저기압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단 음료를 먹으면 괜찮아 질 거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 앞 사람이 '괜찮아요?' 라고 물어본 듯 했다. 하지만 증상은 그때부터 제대로 시작되었다. 마치 ‘스위치 온/오프’ 를 반복하듯이. 또 잠시 증상이 없어질 때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 땐 정말 일어나면 죽을 것 같았다. 일어나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남편한테 전화했다.   

‘ 오빠 나 이상한 것 같아. 나 지금 죽을 거 같아.’  

‘응? 그게 무슨 소리야? ‘  남편이 어리둥절했다.   

‘아니 그걸 설명하기 힘든데 나 지금 죽을 것 같아… 나도 무슨 말 하는 지 모르겠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이거뿐이야 오빠 어떻게 하지? 어쩌지? 나 119 불러야 하나? 오빠 ….나 진짜 죽으면 어떻게 하지?’ 라고 말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선 빨리 집으로 와.’ 

‘근데 운전을 못하겠어’  그렇게 전화를 끊고 도망치듯 주차장으로 가며 대리를 불렀다. 

뒷 좌석에 타서 집으로 가는 내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땀이 흐르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이 들었다. 머리전체가 쥐가 나는 느낌이라 연신 이마를 손톱으로 긁었다. 집에 와보니 피가 맺힐 정도로 세게 긁은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 내려온 남편을 보니 공포감이 조금 누그러 들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혼자 외롭게 죽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 내려온 남편을 보니 공포감이 조금 누그러 들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혼자 외롭게 죽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내가 죽을 건가봐. 죽으려고 그러나봐. 머리가 이상해 생각이 이상해 육체랑 영혼이랑 분리 된 느낌이야. ‘    그리고 상황을 설명하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이 TV에서 보던 그 질환인 것 같았다.  ‘ 죽지 않지만 죽을 것 같은 공포. 아 이게 공황장애구나’ 그 녀석을 알아채는 순간부터 증상이 제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기를 알아봐줘서 고맙다는 것처럼 ㅎㅎ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와 미친듯이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한숨도 자지 못했다. 

상황을 설명하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이 TV에서 보던 그 질환인 것 같았다.  ‘ 죽지 않지만 죽을 것 같은 공포. 아 이게 공황장애구나’ 그 녀석을 알아채는 순간부터 증상이 제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음 날 바로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 때만 해도 하루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비웃 듯 다음 날 출근길 고속도로에서 그 녀석이 다시 왔다. 이 우라질놈. 차선을 넘나들며 허벅지를 쳐가며, 뺨을 때려가며 정신 차리라고 소리소리를 지르며 겨우겨우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 녀석이 또 올 거라는 그 공포감을 지우기 위해 휴게소 주차장을 울면서 마구 달렸다. 회사는 결국 가지 못했고 극심한 공포와 내가 어떻게 되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시 나무 떨 듯 떨었다. 그리고 2개월 휴직을 했다.    

그 때부터 그 녀석과 늘 함께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나의 쾌유를 빌었지만 그들을 만날 수 조차 없는 상태였다. 나는 진짜 외롭고 힘들었다. 사랑을 받는다고, 응원을 받는다고 쉬이 낫는 게 아니었다. 내 몸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맛 본 뒤론 모든 것이 공포였다. 특히 일상적인 모든 것이 공포로 다가왔다. 가족도 만날 수 없을 만큼. 왜 이렇게 됐을까? 

*여기서부터는 내가 공부한 그 녀석에 대한 내용이다. 의사의 견해는 다를 수 있으니 참고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람은 저마다 머릿속에 경보 장치를 가지고 있다. 위험 할 때마다 그 경보 장치가 경보 음을 울리게 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운전 중에 동물이 튀어나와 급정거했을 때,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높은 곳을 올라갈 때, 굉장히 무서운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 등등. (경보를 울리는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위험을 감지하면 삐-  경보 음이 울리며 ‘넌 지금 금방 위험해!! 조심해!!’ 라고 알려주는 반응이 일어난다. 그 예로 식은 땀이 난다거나, 손이 떨린다거나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두근 한다거나, 머릿속이 멍해진다거나 그런 신체적인 반응들이 있다. (이 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 상황이 종료된 후엔 경보 음이 꺼지며, ‘휴우- 큰일 날 뻔 했네. 이제 긴장하지 않아도 돼 끝났어.’ 하고 평소 상태로 돌아온다.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아지면 그 경보 장치도 부하가 걸린다. 그리고 이내 망가져 버린다. 공황 장애는 그 경보장치가 고장 난 것이다. 즉 경보가 언제 켜져야 할 지, 꺼져야 할 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계속 경보 음이 울린다. 손이 덜덜덜 떨리고,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리고 땀이 줄줄 흐른다. 굳이 비유하자면 고소 공포증 있는 사람이 번지 점프에 매달려 하루 종일 있는 공포와 비슷할 것 같다. 배고프지도 않고, 편히 자지도 못했고,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2주 새에 6킬로가 빠졌다. 

 나는 누가 그 공포에 대해서 물어보면 짧게 말해야 할 때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 그 녀석이 올 까봐 무서워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다.’고.  베란다 근처에 갈 때마다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다. 그 녀석이 올 것 같은 공포감에 내가 뛰어 내려 버릴까봐.  그 때만 해도 그 녀석은 내 몸에 박혀버린 괴물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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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해주신덕분에 공황장애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어요..힘들었을텐데 이겨내줘서 감사합니다..!!

ㅎㅎ 어제 댓글을 달랬는데 안 달아지더라구요. ㅎㅎ 째미도 바쁠수록 건강 잘 챙겨야 해요. 놓치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거든요. ^_^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통증이 느껴지고 누워서도 앉아서두 숨을 쉴수가 없고 아무리 들이마시려해도 산소가 목구멍을 넘어가지지 않는듯한 호흡곤란이 찾아왔어요. 숨을 크게 들이마시려해도 깊이 들이셔지지가 않는거에요. 내과부터 용하다는 심장내과까지 경기도에서 부산까지 수도 없이 수소문해 다녔답니다ㅡㅡ 마지막 진단은 신경외과 상담을 권하시더라구요.. 마음의 병이 생긴거구나 그때 알았지요.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공황장애는 사람을 삶을 지속할수없게 만들지요. 스스로가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약물의 도움은 받지 않기로 했어요. 계속 의지하게 될까봐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답니다.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글만 읽어도 마음이 아프네요. 많이 나아지셨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지 않으신다니 더더욱이 다행이구요. 얼마나 힘드셨을 지 겪어봐서 공감갑니다. 같이 많이 정보도 나누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블로그 놀러가서 팔로 할게요. 마음 건강한 밤 보내세요. ^^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잘 보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