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子
원작/ 이광수
각색/이소우
2
『주몽아! 요새 밤마다 어디를 그토록 나다니느냐?』
달빛을 등지고 앉은 유화 부인이 달빛을 정면으로 받고 있는 아들의 훤칠한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때에 유화 부인은 주몽의 얼굴에서 부인 혼자만이 아는 어떤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이십년 전, 부인이 십 팔세의 처녀 적에 이러한 달밤에 처음으로 만났던 해모수(解慕漱)의 모습이었다. 그때의 해모수도 지금 주몽만한 나이였다. 스무 살을 넘었을까 말까 한 해모수는 푸른 베옷에 검은 관을 쓰고 활을 메고 칼을 차고 이마에 흰 점이 박힌 말을 타고 있었다.
그날 밤 유화는 동생들과 달을 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터벅터벅 말발굽 소리가 나며 난데 없이 젊은 사람이 나타나더니, 길을 묻고 먹을 물 한 그릇을 부탁했다. 그때에 달빛을 받은 그 남자의 얼굴이 지금 주몽의 얼굴 모습과 똑같다고 생각하며 부인은 생각하면서 지난 이십년을 회고하였다.
그날 밤 유화는 그 젊은 사나이를 집에 들여 재웠었는데, 이때 주몽을 임신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자칭했던 젊은 해모수는 반드시 유화를 맞으러 올 것을 약속하고 밝는 날 아침에 가버렸으나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나 뱃속에 든 주몽은 날로 자라서 유화는 웅심산 오리골(熊心山鴨綠谷) 그 아버지 하백(河伯)의 집에서 실행한 계집애라 하여 쫓겨나서 태백산 앞 우발수(太伯山南優渤水)가에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
굳은 약속을 어기고 해모수가 유화를 찾아오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해모수는 해부루(解扶婁)가 내버리고 간 자리를 점령하여서 북부여 왕이 된 것이다. 나라를 세우는 일이 끝나면 해모수가 유화를 찾으려는 생각이었지만, 운명은 그때까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마침 사냥을 나왔던 동부여 왕 금와가 유화를 보고는 놓지 아니하고 가섬벌 서울로 데리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유화와 해모수와의 인연은 아주 영영 끊어져 버렸다.
금와왕이 뱃속에 든 아이가 누구의 씨냐고 물을 때에 유화는 속이지 않고 해모수의 씨라고 대답하였다. 금와왕 편에서 보면 해모수는 국토의 절반을 잘라서 감히 왕을 칭하는 역적이었다. 그래서 금와왕은 칼을 빼어 유화의 배를 가르고 해모수의 씨를 죽여 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곧 칼자루를 잡았던 그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 그것은 유화 부인의 아름다움에 반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막비천명이었으리라.
만약 이때 금와왕의 칼이 한번 번뜩였다면(그것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주몽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 유화 부인의 뱃속에 들어 있던 핏덩어리 때문에 고구려라는 큰 나라가 생기고, 금와왕의 아들 대소(帶素)를 죽고 그 나라를 빼앗길 줄을 금와왕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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