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닿지 않는 수심

in johor •  6 years ago 

한 동안 저 혼자 장마철 이불빨래처럼 축 쳐져 있었어요
이사짐까지 다 들이고 나니 긴장감이 풀리면서 고단함이 몰려왔나봐요
제가 먹구름이니 집안 분위기가 흉흉하더라구요
신랑이 아이들에게 늘, 엄마가 기분이 좋아야 우리 집이 밝다며
'엄마 신경 건들지 말 것'이 가훈인데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제 안에 것이 컨트롤이 안되니 원...ㅋ
으쌰으쌰 기운차리고 정신차리고 오늘부터 원래의 저로 돌아갑니다

뿅!

지난주에 신랑이랑 연습하러 갔던 골프장 옆에 작은 수영장이 있더라구요
규모도 작고 무척 낡은 곳인데 저희 촉에 딱 걸려들었습니다.

스타힐 골프클럽&테마파크

골프채랑 먹거리랑 바리바리 싸들고 출동
주차장을 끼고 왼편은 골프 연습하는 곳 오른쪽이 워터파크입니다.

아빠랑 엄마가 같이 운동을 하니 아이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터라
오전엔 골프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이라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없는 작은 아이는 과자먹으며 "이제 갈까?" 이 말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구요

골프채는 차에 던져놓고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4세는 무료, 7세는 어린이 1명, 성인 2명 총 51링깃 입니다.

외부음식금지표지판이 곳곳에 있습니다만 저흰 챙겨왔습니다 ㅎ

물론 입장할 때 가방을 살며시 만져 봅니다.
이동네 가방검사가, 막 다 까보지 않는거 아시죠?
수영복만 들은 신랑가방만 보고, 여자인 제가 들은 가방은 보여달라고 안하더라구요
제 가방에 김밥과 사과, 보냉병 3개 커피와 마일로가 있었죠...

샤워실은 상당히 낡았습니다.
남자화장실이 심각하다고 하네요
여자화장실은 레고랜드 화장실과 비교해서 샤워공간이 협소할 뿐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로 옆에 매점 겸 튜브대여하는 곳이 있는데,
먹을게 샌드위치와 계란밥 그리고 과자 몇 개가 전부입니다.
김밥으로 부족한 아이들이 배고프다고해서 몇번을 먹을래? 물어봐도 절레절레
집에 가서 김밥을 더 말아먹겠답니다
기대하시면 안된다는 말씀.

제가 천국이라 표현한 것은 수영장 구조때문입니다.

우선 저희 가족 구성원 수영 실력을 말씀드리자면

엄마인 저만 수영을 물에 빠져죽지 않을 정도로 하고
아빠는 물에 젖은 각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이들이야.. 구명조끼와 고인물만 있으면 땡큐인 아이들이구요

주중에 수영도 저 혼자 하고,
주말에 아이들과도 거의 저랑 아이들만 하곤 합니다.
물놀이를 하고 싶어도 누군가는 꼭 쉬는 공간에 있기에 신경이 쓰여 물을 좋아하는 제가 맘편히 못놀죠

그런데 이곳 매력이 뭔고하니.
깊은 수심입니다.

깊은 풀과 얕은 풀 2개의 풀이 전부이지만
얕은 풀엔 미끄럼틀과 적당한 수심차이가 다 갖추어져 있구요
깊은 풀은 무려 수심이 1.8M입니다!!!

본다이 아이스버그에서 못풀은 한을 여기서 풀으라고 저희 촉이 여기를 가르켰나 봅니다.
파도풀처럼 생긴 이곳에 파도는 없지만, 중반 이후로 가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습니다.
그 한 가운데에 배 모형의 점프대? 가 있는데.
열심히 수영해서 가서 점프해서 다시 돌아오는 짜릿함이란......ㅜㅜ
처음부터 끝까지 수심 2M인 본다이아이스버그보다 훨씬 재미지답니다.

아이들과 아빠는 유아풀에서 놀고,
저는 열심히 깊은풀에서 놀고..
서로가 보이는 거리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고
간간히 큰 아이가 와서 자기도 점프대에 데려가 달라며...

레고랜드나 대형 쇼핑몰을 가면 거의 중국인이거나, 외국인들이 80%죠
말레이나 인도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곳은 90%이상이 현지 말레이 사람들이 오는 곳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고
그 덕에 시선강탈을 좀 했습니다만....

어글리 코리언 짓은 그저.. 싸온 걸 꺼내 먹은 정도로....;;;

신랑은 화장실이 너무 더럽다며 싫어했는데
수영을 좋아하는 제겐 천국이었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진짜 말레이시아를 만난 것 같아 행복한 하루입니다.

제 신랑도 도리도리 하는 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혹시나 저희 집처럼, 수영이 너무 좋은데, 아이들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 곳을 찾으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 글 남깁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구요
아이들 노는 유아풀은 거의 대부분의 단지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하시니
발이 닿지 않는 깊은풀을 경험 하고픈 분들은 눈빛 반짝 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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