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계정 받고나서 처음 글을 올립니다. 스팀잇 강호 고수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싱가포르에서 조호로 국경을 넘는 교통수단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개인차, 택시, 버스, 기차.
택시와 버스로는 이동해 본 적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말만 들었던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그랩을 불러 타고 한 20분쯤 가자 국경의 기차역까지 도착하였다. 그랩 요금은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
너무 일찍 와서 출국수속 절차를 진행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에 대기소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우리집 보다 더 빨리 온 한 서양인이 있었다.
자신의 신분증까지 보여주면서 이름을 Howard라고 밝혔지만 예명은 Howdie란다.
올해 나이가 67세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분의 목소리가 좀 컸던지 나중에 우리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이 우리를 힐끗힐끗 처다보는 듯 해서 신경이 계속 쓰였다.)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 근교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곳을 별로 갈 일이 없을 것 같단다. 은퇴한 이후 집과 자동차까지 다 팔고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그의 말로는 말레이시아와 미국은 단기비자 협정이 되어 있어서 쿠알라룸푸르나 조호가 주요 체류 거점이 된단다.
3개월이 넘으면 불법체류가 되기에 싱가포르 등 옆나라를 잠시 왔다가면 다시 3개월을 체류하는 식으로 연장해 간다는 말이었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은퇴 이후 이런 생활을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주로 방문해서 머무르는 지역은 영어가 잘 통하는 호주 시드니, 런던, 싱가포르 정도이고 홍콩도 다녀왔는데 홍콩은 영어 하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지만 간판들과 이정표가 영어로 되어 있어 가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도 한번 가보지 않겠냐니 언어문제로 의사소통이 안 되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혼자 여행을 다니면 가족이 싫어하지 않냐니 자신은 여태 혼자 살았고 누이만 한 사람있다는 것이다.
여행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냐고 하니 연금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모처럼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을 만나 정신없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내가 자꾸 눈치를 주는듯 싶었다.
대기실 문이 곧 열리니 그만 이야기하고 출국준비를 하자는 뜻으로.
출국수속은 듣던 대로 매우 간단하였다. 버스의 경우 싱가포르 심사대와 말레시아의 그것이 한참 떨어져 있고 심사 대기 줄도 길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기차의 경우는 싱가포르의 출국심사를 끝내자마자 바로 말레이시아 출국심사대가 있었다.
기차를 타서 우리 좌석을 찾아 두리번 거리니 우리보다 먼저 좌석에 앉아있던 히잡을 머리에 두른, 나이든 여성이 자리가 널널하니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고 했다. 주중에는, 그것도 낮시간에는 기차가 텅텅 비어 다니는가 보다.
그래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이 여성 옆에 앉기로 했다.
기차가 5분 정도만 달리면 정거장인지라 짧게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역시 즐거운 대화시간이었다.
으례하는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싱가포르 국적인데 은퇴후 조호에 집을 사서 은퇴한 남편, 그리고 딸과 함께 산다고 했다.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은데 싱가포르의 HDB 아파트는 답답하고 물가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사실 싱가포르인들 중에는 생활비, 주거비가 훨씬 적게 드는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다.
자기 옆집에 독일인이 있는데 자기 남편하고도 싱가포르, 조호 중 어디에 주거지를 정할지 주판알을 튀기다가 결국 조호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 여성도 작년에 싱가포르에서 작은 식당을 차렸었는데 건물주인이 세를 올리는 바람에 식당을 접었다고 한다.
현재 조호에는 중국인, 한국인들이 많이 이주해 온다고 했다.
싱가포르에는 왜 다녀가냐고 물으니 병원진료 때문이란다. 조호는 외국이다보니 싱가포리언들도 진료비를 개인적으로 물어야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국가가 보조해주니 싱가포르 병원을 다녀간다는 것이다.
국경을 통과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 큰 기쁨과 행복을 준 시간이 되었다.
그들과 나눈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내 자신의 삶도 되돌아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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