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 가입한 것이 이제 막 사흘째가 된다. 사실 사흘동안 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고질적인 게으름 탓에 어제는 글들을 거의 읽지 않았으며, 가입 첫 날에는 이 공간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던 탓이다. 오늘 아침 일어난 뒤에야 글을 조금 찾아 읽어 보았다. 이 역시 공부하려던 책들을 읽기 귀찮은 게으름의 탓으로 떠밀려 한 것이지마는 kr 태그의 최신 글을 읽어 보았고, apink님의 댓글을 따라 알게 된 myfan님의 "태그정리 목록"을 통해 이런 저런 태그의 피드를 살펴 보았다. 덧붙여 개인적 흥미에 따라 kr-philosophy나 kr-jazz(이쪽에는 글이 없었지만) 등의 태그를 검색해 보았고. 마크다운의 문법도 배우는 중이다. 지금 이 글도 마크다운으로 작성하고 있다!
여튼간, 스티밋 공간을 둘러보며 생각한 것들이 몇 있어 글을 남긴다. 이 글은 스티밋 공간에 들어서는 나의 소신이면서 이 생태계에 대한 비평이다. 하지만 아직 생각의 전제나 생각의 연결고리들이 많이 부족하다. 읽어보신 뒤 나의 오류나 무지에 대해 많이 지적해주시면 좋겠다. 어찌되었건 나는 이제 막 이 공동체에 들어온 사람이니 말이다.
하나, 암호화폐 자체에 관한 담론의 비중이 줄어들 필요가 있다
스티밋은 블락체인을 기반으로 세워진 공동체이고, 블락체인 기술은 화폐와 같이 가치를 갖는 개념에 적용될 때에 충분한 사용 유인을 갖는듯 보인다. 그래서 블락체인 기술은 대부분이 크립토커런시를 발명하는 데에 적용되고 있다. 기술적인 흥미에 인한 것이든 그것이 제도권 화폐(나는 실물화폐나 현물화폐 등의 단어가 아닌 제도권 화폐 라는 단어를 선호한다.)의 보유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든 블락체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크립토커런시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유익한 것으로 여겨지는 정보들에는 크립토커런시의 동향이나 가치 등락과 관련된 것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또한 공동체의 구성을 고려하자면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하다고 해서, 만족할 만한 귀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일까?
내 생각을 먼저 밝히자면 이렇다. 암호화폐에 관한 담론의 비중이 과도하다면 스티밋은 지속될 수 없다. 물론 현재의 스티밋은 이 방식으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으며, 공동의 담론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공동체의 건전성을 유지하게끔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조금 더 먼 곳을 보아야 함을 생각한다. 지금은 마냥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크립토커런시가 제도권 화폐를 대체하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할까? 그 날이 오지 않더라도, 크립토커런시가 제도권 화폐를 대체하고 현실 통화로 서기 위해서는 이러한 동향이 수그러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스티밋에 어떤 글이 유용하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관심이 그곳을 향함을 뜻한다. 그런데 스티밋에서 크립토커런시의 가치 등락이 주요 토픽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스티밋을 하나의 사용 가능한 화폐가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 때 스티밋은 제도권 통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이에 의존하는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가치는 제도권화폐로부터 독립적일 수도 없으며, 오히려 이에 의존하여 STM의 투자가치에 따라 스티밋공동체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문제 - 스티밋의 포맷은 충분히 다양한 담론을 유치하기에 충분한가? 또는, 충분히 큰 규모를 갖기에 적절한가? 태그 기능만으로 글이 분류된다는 점은 구성원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글을 분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그러나, 일정 속도 이상으로 글이 올라올 때 해당 태그에 글이 과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갖는다. 게시글당 태그의 최대 허용량이 5개인 상태에서, 태그의 하위분류를 만들어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태그 허용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지 않은가?
둘, 'FFF'(Follow for Follow) 문화와 태그 팔로우 기능의 필요
(최소한 한국의 경우)스티밋 생태계는 트위터와 블로그의 중간즈음의 형태를 갖고 있다. 어쩌면 이는 페이스북과 유사한 위치에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모든 글이 공개되어있고 일방적 팔로우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 차이로부터 페이스북과 스티밋의 용도가 갈린다. 페이스북의 이용자들은 (최소한 소비자에 속하는 경우)쌍방향의 관계를 맺는 것만이 유효하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상호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사용하게 된다. 반면 스티밋은 나와 누군가의 관계가 아닌, 내가 생산하는 글의 유용성과 내가 소비할 글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이에 따라 스티밋은 페이스북보다 유용한 정보를 주체적으로 생산하게끔 이용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또한 페이지 기능을 통해 스티밋과 유사한 이용을 가능케 하지만, 이 때 소비자와 생산자의 명목은 여전히 구분한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은 일방적 매체로 남는다. (*그런데 이러한 페이스북의 한계는 최근의 업데이트들로부터 흐릿해져가는 듯 보인다.)
이제 이른바 고래가 되어야 큰 영향력을 갖는 스티밋 및 대다수의 팔로우-팔로워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의 이용자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늘릴 방법을 강구한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FfF, 또는 맞팔이다. 내 영향력이 커지기 위해 우선 나는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내가 많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구독하는 팔로워가 많을수록 나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늘어난다. 그런데 다른 이용자들 또한 자신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원한다. 그러므로 나의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나의 팔로워에게 보상으로 '팔로우'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식의 막팔은 스티밋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에서 드러나듯 FfF를 통한 영향력 확장이 관습화되면 그 물을 흐리는 계정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스티밋이 가입 승인 후에 진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영업 목적의 계정이나 저질 컨텐츠의 생산자들이 뉴스피드를 흐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미래의 모습이다.
FfF가 아닌 태그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태그 기능과 트렌딩/최신글/인기글 기능은 내 '팔로워'가 많지 않더라도 나의 글이 노출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충분하다. 어떤 주제의 글을 읽고 싶을 때, 그 주제를 다루는 모든 이들을 팔로우하지 않고도 필요에 따라 해당 태그의 뉴스피드를 읽으면 되는 것이다. 팔로우는 내가 정말로 그의 모든 글을 읽고 싶을 때에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문제는 특정 태그의 글을 보는 것이 상당히 번거롭다는 점이다. 스티밋의 현행 시스템은 어떤 태그를 검색하고 나야만 그 태그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있다. 유저 팔로우 문화의 예상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스티밋의 정식 출범과 함께 태그 팔로우 기능을 넣으면 어떨까 싶다.
셋, STM만의 자체 시장이 만들어질 수는 없을까?
블락체인 기술의 제안을 통해 우리(또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인류!)가 얻은 통찰 중 하나는, 좀 더 노골적인 방식으로 시장의 참여자들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사이버스페이스와 구분되는 의미에서)'현실 세계'의 가치 또한 그 세계의 참여자들에 의해 구성되기는 한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는 가치의 보증을 위해 참여자와 같은 종에 해당하는 보증인을 두어야 했고, 그 보증인은 시장의 관리자임과 동시에 시장의 참여자가 되어 수많은 부패와 부정을 만들어 냈다. 블락체인은 이 부정을 기술적으로 봉쇄하는 듯 보인다(이 점이 분명한지 나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지만). 가치를 보증하는 주체가 공동체의 언어를 사용하는 일원으로부터 공동체의 언어 그 자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블락체인 기술로부터 얻은 기회가 무엇인지 보다 명료해진다. 우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자연 상태(이 표현은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내 생각에는 가장 분명하게 사이버스페이스의 본질을 드러낸다)에서 자유경쟁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가 있다면, 앞서 말했듯 오늘 STM을 비롯한 크립토커런시의 가치는 제도권 화폐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듯 보인다는 점이다. 분명 명목상으로 크립토커런시의 가치는 제도권화폐에 종속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같은 시장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크립토코인을 구매하기 때문에 종속적이게 된다. 후자의 경우는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제도권화폐에 있어서도 화폐 간 환전은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정 종속된 국가가 없는 크립토커런시의 경우에 이것은 더욱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의 문제는 크립토코인을 기반으로 한 시장이 확장됨을 통해 해소 가능하다. 비트코인 초기에 참여자들을 놀라게 만든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되는 것이 피자 사건이다. 비트코인이라는 가상의 가치를 통해 실물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점 자체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또다른 충격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크립토커런시 자체 시장의 등장이다. 딥웹이나 범죄 사회 등 음지에서가 아닌, 양지에서 크립토커런시의 시장이 열려야 한다. 그 이후에는 완전한 독립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제도권화폐로부터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원화-달러화의 관계와 달리, 비트코인-스팀이나 원화-비트코인은 서로 교역할 국가가 있지도 않지 않은가!
결론: 스티밋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길 바라며
블락체인의 성공에 기대를 건다는 것은 제도로부터 독립된 가치 공동체가 기술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닿아 있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칸트가 정치 공동체와 다른 경계를 갖는 윤리적 공동체로 종교를 언급했듯, 나는 사이버스페이스가 제3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공동체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겠지만. 하지만 최소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위해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현실 사회'로부터 조금 독립된 사회가 구성될 것이 요구된다. 물론 《매트릭스》의 상상력을 이상 사회의 모습으로 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대로, 이른바 '현실'이라고 불리는 것의 위치를 조금씩 잠식하며 공동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것을 기대하고 있다. 스티밋과 크립토커런시, 블락체인이 그런 역량이 있는지도 역시 미래에나 밝혀질 점이기는 하다.
*게시글의 모든 사진은 PIXELS에서 가져온 무료 스톡-사진입니다.
**생각해보니 설연휴여서..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하다보니 글이 미완성에 가까워져 버렸습니다. 주제만 둔 채 나중에 정리를 해야 할 생각이겠죠! 첫 글이 이렇게 부족해서 참 아깝습니다..ㅠㅠ 즐거운 명절 되세요!"
헉. 수정하다 글이 날라가 버렸는데 혹시 전문이 보이시는 분 계시다면 복사해서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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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간, 스티밋 공간을 둘러보며 생각한 것들이 몇.. 에서 끝났습니다. 저는 딱 궁금해질 즈음에 컷트하신줄 알았습니다ㅋㅋ 선팔하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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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cryptoinfor 으악....ㅠㅠㅠㅠ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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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저는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새로고침 되버리더니 다 날아가버렸네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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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teemit.com/kr-newbie/@yoon/2glzrl 를 참조하여 글을 복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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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이틀 차 뉴비인데.. 어렵네요.. 글 찾아보면서 팔로우 신청도 하고 그랬는데 머나먼 길입니다 ㅠㅠ
그래도 열심히 읽고 보팅하고 팔로우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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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나먼 길이지만 잘 걸어봅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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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뉴비인데 이런저런 스팀잇이 나에겐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앞으로의 스팀잇 생태계는 어떤 방향으로 갈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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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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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팀잇 흥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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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작하지 얼마 안되서 이곳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이 많은데요, 도움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한적인 시스템은 보완되고 이곳에 터를 잡는 사람들이 새롭게 좋은 문화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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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주제의 블로그네요! 팔로우하고 좋은 글들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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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지 3일째입니다. 문제점도 있지만 스팀잇 커뮤니티가 더 활성화되면 잘 극복하리라 생각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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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보고 왔는데 통찰이 빛나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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