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은 위기이자 기회

이슬람 무장정파 탈레반이 거의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중앙집권 정부가 탄생하기 어려운 이유는 민족적 다양성 때문이라고 AF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뉴스1 2021. 8. 23. 기사>

아프가니스탄 헌법에서 인정하는 공식 민족이 12개 이상이라고 한다. 민족적 다양성이 강력한 중앙집권 정부의 탄생을 막았고, 결국 무장단체인 탈레반에게 나라를 넘겨주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다양성은 최대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내 생각이다. 다양성이 강해야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즐겨먹는 바나나가 품종의 위기가 왔다고 하는 이유는 상업화되고 널리 보급된 바나나 품종이 딱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참고>

하지만 다양성의 바탕에는 조화와 배려가, 그 조화와 배려 다음으로는 공정과 질서가, 공정과 질서 다음으로 자기 성찰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성찰과 반성이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다시 다양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뻔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는 국가에서는 종교적 이질성과 그로인한 감정 대립을 극복하지 못해 그 당연하고 뻔한 공생의 선순환을 돌리지 못하는 것이다.

12개의 민족, 아니 더 잘게 나라가 나누어진다고 하더라도 정치는 모든 분열을 뛰어넘고 하나로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아프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감정, 여야간 극한의 대립, 남북한 문제, 대미와 대일 그리고 대중 문제 등 여러가지 분열 요소가 산재한 우리 나라에도 해당하는 문제다. 다양한 의견은 의견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의견이 너무 다양하면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그래서 다양성 다음에는 조화와 배려가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다. 참을 줄도 알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남과 소통하고 설득해야지, 내 의견이 수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힘과 공포로 관철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아프간의 지난 20년이 너무 아쉬운 것은 바로 그 점이다. 20년 전 아프간의 다섯살 짜리 꼬마가 지금은 25살 청년이 되었다.

조화와 배려 다음에는? 바로 공정과 질서다. 사회적 합의를 거친 규칙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예외는 없다. 룰이 공정해야 선수들의 실력이 세진다. 그래야 서로가 서로를 믿는 신뢰가 구축된다. 그러나 공정과 질서가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일 수는 없다. 아쉽지만 법에는 눈이 없다. 누구를 위한 정의인지, 우리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항상 성찰되어야 한다. 지도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에서 정의 담론이 항상 논의되고 고민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바탕 위에서 다시 다양성은 꽃을 피워야 한다.

공생의 선순환은 그렇게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