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모두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모두들 텔레비전을 만들어버렸습니다. TV에서는 나를 불러 주지 않으니 말이죠.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돈도 많이 벌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알아주니까요. 그래서 다들 그렇게 셀럽이 되고 싶어 하고, 선망과 시기, 질투의 마음으로 그들의 일상을 쫓습니다. 파파라치의 카메라는 어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를 쫓는 우리의 눈과 손가락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들의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별거 없이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일상은, 얼굴만 바꾼 채 반복되어도 늘 새롭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텔레비전에 정말 나오고 싶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일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세상 사람들이 다 궁금해할 만한 무엇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그것이 외모든, 능력이든, 엽기든 말이죠) 텔레비전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텔레비전에 나올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내 귀에 도청장치가 달렸다고 믿지 않는 한 텔레비전에 나와 볼 수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미친 정신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 한은 어떻게 나와 볼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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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세상의 모든 말을 듣고 있었던 걸까요?
도청을 당한 건 사내일까요? 우리일까요?
그런데 유튜브가 그걸 해결해주었습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손안의 작은 TV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 준 것이죠. 그곳에는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온갖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이 중계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탤런트가 발현되고 있습니다. 각본도 검열도 없는, 자신만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세상의 수많은 텔레비전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작은 것은 빠릅니다. 기획회의를 할 필요도 없고 데스크의 검열을 받을 일도 없습니다. 생각나면 바로 찍고, 바로 올리고, 바로 평가를 받습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한 매체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의견은 실시간으로 반영이 됩니다. 얼~마나 재밌게요! 정말 세상에 온갖 희한한 것들이 다 만들어지고 보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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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나와 줄래?
이제 똥줄이 타는 건 권력 입네 하던 중앙 매체들입니다. 배포권을 쥐고 앉아, 감놔라 배놔라 지적질, 가위질을 해대던 중앙 매체들은 나날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누가 보겠습니까? 유행은 광속으로 변해가는 데, 줄줄이 결재 도장 받아 가며 콘텐츠를 만들 시점에는 유행은 저만치 달려가 있습니다. 게다가 결정권자들이란 자기네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조차 보지 않는 문외한들이니, 그들의 의견을 따랐다간 만날 '6시 내 고향'만 만들어야 할 참입니다.
덕분에 유행에 의해, 슬럼프에 의해 사라졌던 왕년의 그들도 돌아오고, 눈 낮은 평가자들의 칼질에 의해 기회도 얻지 못했던 그들이 자신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광장에는 세상 온갖 억울했던 도전자들의 설움이 마구 쏟아지고, 여기저기서 자기만의 난장을 벌여 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콘텐츠 천국이요. 누구나 브라운관 스타, 아니 모니터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그간 갑질하던 결정권자들은 꼬랑지를 내리고 자신의 매체에 그들을 모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기차는 떠난 지 오래고, 너희들의 텔레비전은 구려서 누가 보지도 않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제 그거 봤어?'에서 '나 요새 이거 보는데 너는 뭐 보니?'로, '어제 뉴스 보니 누가 그랬다며?'에서 '내가 본 뉴스에서는 이렇게 말하던데'로 드디어 취향과 세계관의 개인화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전 국민이 보는 그것을 내가 꼭 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전 국민이 각자의 텔레비전을 각자의 방에서 보게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전 국민이 아는 하나의 뉴스가 아니라, 시선에 따라 수만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만개의 뉴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서로는 서로를 가짜뉴스라며 호도하지만, 시청자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단 하나의 뉴스로 사기 치는 일은 이제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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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시선을 갖는 일,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 드디어 인간 의식은 하나의 덩어리에서, 진화하는 개체로서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나만의 매체를 가짐으로써 말이죠. 말하는 자로서, 의견을 가진 자로서, 취향을 가진 자로서,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를 탐색함으로, 코드가 맞는 숨겨진 그들, 잃었던 취향 메이트, 세계관 메이트들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입니다. 나와 같은 에너지를 가진 이들과 조우하는 일 말이죠.
이제까지의 세상은 '진리는 하나'라고, '뉴스는 하나'라고, '스타는 하나'라고 줄기차게 우리를 붙들어 매고 꽁꽁 묶어 왔지만, 우리는 이 확산하는 다매체의 사회에서 마음껏 자신을 발산하고 100%의 일치가 아닌, 하나가 아닌, 따로 또 같이의 공동체, 취향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 만날 수 있는, 세계관의 차이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진정한 개별자의 공동체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매스(mass)가 존재하고 그렇게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결국 유행 따라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일에 지친 우리들은, 깊이 있게 매우 오랜 시간을 함께 할 메이트들을 찾게 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이 아는 아티스트의 팬클럽이 되길 주저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회합을 이어갑니다. 시간과 함께 성장하며 희로애락을 나누는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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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에 화폐 주권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단지 취향과 세계관의 모임을 넘어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해결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화폐 주권을 도로 찾아와야 합니다. 그들이 교환하고 싶은 것에 가치를 지불할 수 있게 말이죠. 화폐의 본래의 기능에 따라..
취향의 공동체, 세계관의 커뮤니티
블록체인/암호화폐의 매커니즘은 바로 그 취향과 세계관의 공동체를 위해 우주가 준비해 둔 진화의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잃어버렸던 나의 취향 메이트, 세계관 메이트 그리고 나아가 소울 메이트를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먹고살기즘'으로 위장된 전체주의의 미명 아래, 하나의 취향, 하나의 세계관, 하나의 공동체로 억압되어왔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남이가'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강요하며 개인들을 감옥에 몰아넣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란히를 강요하고 가만히 있으라며 물을 먹였습니다. 우리는 찍소리도 못하고 울타리에 갇혀 있었으며, 그들이 주는 배급을 따라 줄 서기를 강요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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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울타리는 해체되었고 우리를 강요하던 그들은 가짜 마법사라는 것이 만 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제 권한은 나에게, 개인에게 이전되었으며 우리는 그에 따르는 책임까지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무정부상태가 조장되어진 이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욕하던 그들과 똑같은 완장질을 했으며 지독히도 경멸하던 아부질을 더 적극적으로 시전했습니다. 그리고 비웃음을 사게 되었죠. 폰지사기에 놀아나는 정신 나간 작자들 취급을 받으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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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탈주자들이 제자리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노예해방을 맞은 노예들이 세상이 두렵다며 다시 노예로 돌아가듯 말이죠. 그러나 그 세상에 해답은 없습니다. 이미 몰락하고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 봐야 다시 줄의 맨끝에 서야 할 뿐입니다.
그러는 사이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은 소원을 이룬 할머니는 거대 포털 수장의 알현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 나라에서라면 영어유치원에나 다니고 있을 아이는 어린 나이에 갑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도 그러자고 뛰어들면 결국 운이 지배하는 세상에 배신감만 들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매스가 아닙니다. 메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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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s가 아니라 Mate
세상을 함께 살아갈 동지를 만나는 일, 그것이 소중한 것입니다. 슬픈 일은 고통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무인도에서 갑부가 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눌 그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충분히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 자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치열했던 지난 일 년, 스팀잇 더군다나 kr에서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열었습니다. 그것은 무슨 마법이었는지, 세상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힘든 사연들과 생각들, 그리고 내밀한 그것들을 여기, 우리들은, 서로에게 기꺼이 열어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메이트를 만난 듯했습니다. 그래서 애정 했고 그래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싸우고 갈등하고 상처받고 끝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은 바람 부는 텅 빈 벌판에 이따금 코인판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오고, 떠나간 메이트들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세상은 뒤로 물러가지 않고 계속 나아갑니다. 정체된 듯 보여도 에너지가 응축되고 있을 뿐 뒤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지구가 반대로 자전하기 전에는 말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어디에선가 또다시 만날 겁니다. 글 쓰는 인구가 뻔한데 가봐야 어딜 가겠습니까. 페북에서 보던 페친님들 여기서도 다시 만났듯, 우리는 또 어디에선가 '아 이거 많이 보던 문체인데..'하며 반가워질 겁니다. 아이디를 바꾼들, 닉네임을 위장한들, 문체는, 취향은, 세계관은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니까요.
그때의 우리들은 다시 반갑게 인사합시다. 그리고 그때에는 좀 더 손잡아 봅시다. 어차피 자꾸 만나게 되는 우리들인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일은 언제나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는 평생을 함께 할 동지들, 메이트들과 손잡는 일부터 해봅시다. 그날에는 우리 같이 춤출 수 있을 테니까요.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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