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작가의 '너는 검정'(창비, 2018)은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를 그리는 자전만화가 아니지만 자전만화의 문법을 따른다. (작가의 충실한 취재로 자전만화의 힘을 얻었다.) 만화는 광산촌에서 성장한 창수의 기억을 따라 80년대로 돌아간다. 영화 ‘박하사탕’처럼 창수가 탄 지하철은 기억을 거꾸로 거슬러간다. 그리하여 마침내 광산촌에 도달한다. 노동과 산재와 폭력이 있던 곳. 지폐가 굴러다닌다고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갉아먹는 노동을 하고, 스트레스의 틈바구니에서 폭력이 난무한다. 저탄장에 똥을 싸는 초등학생 창수를 화자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탄을 캐는 이야기도, 그 주변의 풍경도 하나하나가 생생하다. 탄광이 활발하게 영업하던 시절 그 동네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작가는 그 시간과 공간에 만연된 착취와 폭력을 보여준다. 그 시절, 그 곳은 착취와 폭력으로 그물을 짰다.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 안에 포박당한 절망은 과거의 이야기로 넘기기엔 여전히 진행형이다. 탄가루가 날아다니는 광산촌의 풍경은 섬세하고, 인물은 의도적으로 흐트러져있다. 8화까지는 인물들이 섬세한 선으로 묘사되지만, 창수가 고등학생이 된 9화부터는 선이 굵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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