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 무드에 대한 이성적인 시각

in korea •  7 years ago  (edited)

이전에 썼던 글에서 예상했던 대로 북한은 탈출구로 남한을 선택했다. 일련의 과정은 예상보다 더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그에 따라 관련된 국가들의 대응 역시 신중하지만 빨랐다고 생각된다. 나는 정보가 부족하고 숨겨진 사실들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유추하기로 한다.

북한이 남한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바꿔 말하자면 구조요청의 손을 내밀었고 현재 친북정권인 우리 대한민국은 기꺼이 그 손을 잡았다.

아직까지는 이것이 전부라고 봐야한다. 현재 그 성과에 대해 부풀려지고 과장된 기사들이 쏟아지고 낙관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것은 모두 기대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을 보면 그것에 대해 알 수 있다. 남북 경협주 및 건설주들이 엄청난 기세로 폭등하고 있다. 그것은 거대한 주가상승 모멘텀에 대한 반영이지만, 사실은 아무런 실적도 없이 빵빵해진 풍선과 같다. 그 안에는 공기만이 가득하며 작은 바늘 하나로도 뻥하고 터질 수 있다.

미국은 그렇기에 비핵화 이전에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별다른 반대가 없으며 러시아는 관련국이 아닌 듯 조용하다. 다만 한국과 일본만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이것은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 물론 실제로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실제 변화에 대한 뜨거움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이 사태를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고 느껴진다. 현재 불안한 상황의 아베 정권과 정권 교체를 확실히 굳히기 위해 문재인 정권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이슈를 강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이러한 정치적인 편가르기에 뚜렷한 포지션을 잡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정치적인 쇼에 현혹되어선 안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와 경계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이 글에서는 크게 네가지로 구분하겠다.

  1.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2.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3.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사항에 대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 낼 것인가?
  4.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1.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평화이다. 다른 무수한 많은 부가적인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우리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평화이다. 우리는 더이상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을 하고싶지 않고 한반도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반복하고 싶지 않으며 핵무기로 인해 일어날 거대한 참극을 막고 싶다.
    부가적인 것 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경제협력일 것이다. 우리는 북한을 가로지르는 육로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생겼고 그로 인해 가늠하기 힘든 수준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서로 이득이 되는 협력을 해낼 수 있다. 전쟁 위험이 사라짐으로 인해 국내에 투자안정성이 높아지며 대륙을 통해 이어지는 동 아시아 문화교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유럽 연합이 그러한 것처럼 아시아 연합을 구축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2.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이룬 성과는 극히 미미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 조상님들의 말씀을 빌려 최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화합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이룬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남한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것은 사실 미국에 내민 손이다. 미국의 압박으로 시작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 북한이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서, 혹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 자명하다는 판단하에 일단 백기를 들었다고 봐야한다. 항복하는 것 중 가장 모양새가 덜 빠지는 것이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남북화해무드 조성이다. 이것만으로 북한은 압박이 헐거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기껏 생긴 평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제재는 약해질 것이고 북한은 이제 숨쉴 틈을 벌었다. 시진핑의 사실상 독재가 시작된 시점에서 북한은 이제 중국과 같은 모습의 정권을 갖게 되었다. 이제 중국처럼 나라를 열고도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김정은에게 생겼다고 예상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 자신만만한 지도자는 그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여진다. 현재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고 있는 동안은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중국-북한으로 이어지는 사회주의 국가 연합에서는 힘을 모으고 미국에 대적할 준비를 시작했다. 작년과 올해 초까지 강력하게 진행되던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은 우리 모두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끝에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어떻게 보면 중국이 미국에게 당장은 백기를 들었다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남한을 이용해 미국에 손을 내밀었듯 중국은 북한을 이용해 미국에 한발 양보하고 팽팽했던 긴장을, 미국의 시선을 북한으로 돌림으로써 완화하고자 한다. 우리 정권은 이것을 정권교체의 쐐기로 이용하고자 하며 아베정권은 이것을 정권연장을 위한 또 하나의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3.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사항에 대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 낼 것인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간단히 평화, 그리고 경제협력이라고 압축하고나면 이 사건을 보는 우리의 시야는 간결해진다. 북한이 얼마만큼 군비를 축소하는가? 우리와 미국에 향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는가? 북한과 중국의 유착이 얼마만큼 약해지는가?
    우리가 북한이라는 개별국가에 대해 생각한다면 이정도만 보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사회주의 국가연합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봐야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폐기하게 된다고 해도 사회주의 국가연합에는 큰 타격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이 군비를 축소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군비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가 이번 남북화해가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닥친 전쟁위험은 전혀 줄지 않았고 앞으로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미국과 사회주의 국가연합의 국력이 견줄 수준이 될수록 더 그렇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사회주의 국가연합은 언젠가 미국을 앞지르거나 적어도 비슷한 수준의 군사력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학교에서 사회주의는 완전히 망했고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만이 유일한 선택지인것처럼 배우지만 실상 중국과 러시아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들은 빠르게 국력을 키울 수 있는 체제를 완성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사실 이 일로 큰 이득어나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들은 욕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남북이 화해하면 미군은 자연스럽게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미군이 실시하고 있는 훈련을 필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고 사드나 대한민국의 군비를 증강시킬 명분도 사라진다. 북한의 군비축소를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도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공조가 약해지게 된다면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미약하고 잃는 것은 뼈아프지만 결국 평화를 위해서는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과 사회주의 연합국가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한반도는 불가피하게 격전지가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큰 시야를 갖고 이번 사건을 본다면, 미국과 중국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남북간의 평화이기 때문에 이번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며 상대적 약자로서 거대한 두 나라의 눈치를 봐야하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이다. 파국을 맞기 싫다면 어차피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적은 피해를 입고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경제협력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우리끼리 치고받는 불행을 막으려면 우리는 경제적, 문화적 협력을 전방위에서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가능하다면 군사적 협력까지 이루어낸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서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상대편 강국의 제재를 벗어나고 전쟁을 막으며 살아있는 동안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일하게 정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 정신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4.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요한 부분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경제 문화협력이 어느정도로 진행될 것인가? 부산에서 시작되어 유렵까지 이어지는 철도는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이 만약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연합국가간 유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이 된다. 그리고 아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북한은 아마 핵무기 폐기를 두고 강하게, 혹은 뻔뻔하게 시간을 끌다가 극적으로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얻으려 할 것이다. 물론 얻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핵무기가 사라진다면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고 북한의 경제발전이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협력이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의 독재정권이 전복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중국이 북한의 손을 놓지 않는 한은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단발적인 암살을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이라는 뒷배를 탄 김정은 정권을 전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된다. 만약 김정은이 암살된다 해도 그것은 단지 그 자리에 있는 인물이 바뀌는 것일 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왕조가 그래왔듯이 그것이 바로 한반도에서 왕권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평화와 협력의 상징으로서 철도는 개통될 확률이 높다. 우리 중국을 여행가는 수준으로 북한도 개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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