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금융제재 본격화… 1628억 투자 9개 펀드 불안
러 정부, 외국인 자산 회수 제한… 최대규모 한화 등 4곳 환매중단
MSCI, 러 신흥국지수 제외 검토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 펀드들의 환매도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증시 폭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40% 넘게 폭락한 가운데 1600억 원이 넘는 펀드 자금이 묶이게 돼 국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 주식형펀드 중 러시아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1개를 포함해 9개이며 설정액은 1628억 원에 이른다.
9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1.3%로, 올 들어서만 펀드 자산이 반 토막 났다. 전쟁이 발발한 24일 러시아 증시가 39% 이상 폭락하는 등 현지 증시가 고꾸라진 탓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러시아 증시가 문을 닫은 데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 정부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자산 회수를 제한하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러시아 펀드의 환매를 무기한 중단하고 나섰다.
규모가 가장 큰 ‘한화러시아’(590억 원)를 운용하는 한화자산운용은 2일 해당 펀드의 신규 설정과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 펀드의 러시아 주식 투자 비중은 56.6%로, 지난달 28일 신청분부터 환매 중단이 적용된다.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이날 러시아 펀드의 환매 중지를 결정했다. KB자산운용은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러시아 펀드 환매를 무기한 연기했다.
러시아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 5곳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4곳이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설정액 기준 1183억 원의 투자금이 당장 묶였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당사 펀드가 투자한 러시아 주식의 90%가 영국 증시에 상장돼 있어 아직 환매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영국에서 러시아 주식 거래가 중지되면 펀드 환매도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주식 ETF도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는 ‘KINDEX 러시아MSCI’ ETF의 괴리율(지표 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이 30%를 넘자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이날 이 ETF는 16.68% 급락했다.
여기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신흥국지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가 지수에서 제외되면 대규모 자금 이탈로 러시아 증시와 관련 펀드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