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이유

in koreanbookreview •  7 years ago  (edited)

정말 재미있다. 날이 따뜻해진 오후, 읽기 시작했다가 한밤중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었다. 무서운 흡입력이다. 일본 작가의 소설이지만, 현대사회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하지만 그저 뒷장의 내용이 궁금해 한장 한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안의 여러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읽는 재미를 더 한다.

고급아파트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해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포가 될 수 있기때문에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 조심스럽다. 크게는 부동산 경매에 따른 복잡한 편법과 문제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알아듣기 어려울까싶은지 작가는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한다. 그 부분조차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이해하게 되면 정신없이 작품에 빠져든다.

사실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인간의 모습 그거 하나, 뿐이다.
더 크게 보자면 현대사회 속 가족의 모습이다. 허영심으로 비싼 아파트를 산 부부는 점차 늘어가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야반도주한다. 그 와중 살던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가고, 부동산 업자가 아파트를 되찾을 수 있다 해서 주인공을 부추겨 벌어지는 이야기다.

법원이 관여하니 믿고 살만할 것이라 단순히 생각한 매수자는 그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사건에 매혹된 사람들은 제보를 한다는 핑계로 말도 안되는 증언으로 용의자를 벼랑 끝으로 몬다. 하지만 정말 무섭게도,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사람이 사실 범인일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상, 개인의 숨은 뒷모습을 타인은 알 길이 없다.

죽은 사람들도 나름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거의 모두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가까운 가족에게 험한 말을 쉽게 해버린다. 편하다고, 가족이라고, 이해해야한다고. 하지만 결국 나약한 개인들은 가족안에서 상처를 받고 혼자 살아남으려 그 울타리를 나온다.

그렇게 나와서 혼자가 된 개인은 끝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타인과 어색한 동거를 하며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다. 작가는 주요한 주제인 경매의 어두운 부분과 함께 껍데기만 남은 현대사회의 인간들을 적나라하게 그리기로 작정한 것 같다.

결말은 씁쓸하고 안타까운 뒷맛을 남긴다. 사회의 문제점을 엄청난 자료조사와 왕성한 창작력으로 흥미있게 그려낸 이 작가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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