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꽃들에게 - 류시화
연필이 없다면 난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시를 쓰리라
내게서 손가락이 사라진다면
입술로
바람에게 시를 쓰리라
입술마저 내게서 가버린다면 난
내 혼으로
허공에다 시를 쓰리라
내 혼이 어느날 떠나간다면
아, 그런 일은 없으리라
난 아직 살아 있으니까
이젠 끝이라 생각하나?
내가 끝이라 생각해야 비로소 세상은 끝이 난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도 날 포기하지 않는다.
저녁의 꽃들에게 - 류시화
연필이 없다면 난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시를 쓰리라
내게서 손가락이 사라진다면
입술로
바람에게 시를 쓰리라
입술마저 내게서 가버린다면 난
내 혼으로
허공에다 시를 쓰리라
내 혼이 어느날 떠나간다면
아, 그런 일은 없으리라
난 아직 살아 있으니까
이젠 끝이라 생각하나?
내가 끝이라 생각해야 비로소 세상은 끝이 난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도 날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