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폭우가 쏟아지던 날

in koreatrip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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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무섭게 쏟아지던 날 힘겹게 다다른 카페 "그리울땐제주".
신발이며 옷이며 이미 젖을대로 젖은 생쥐꼴이었지만
겨울에 왠 장마냐며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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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이 곳의 대표메뉴라고 하는 아인슈페너와 당근케익을 주문하는 동안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창밖의 풍경에 마음을 빼았겼음을 알 수 있었어.
커다란 창 너머로 펼쳐지던 바다와 하늘, 그리고 수평선.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생기는 하얀 물보라와 세상을 가득 채운 빗줄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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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페너와 당근케익의 온기와 맛에
차갑게 식어 있던 몸과 마음이 천천히, 기분좋게 데워지고 있었어.
아인슈페너 한 모금, 당근케익 한 입마다 미소를 지었던 우리.
그리고 어쩌면 우리와 같은 심정이었을, 카페 안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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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사라진다, 사라진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가 집중폭우로 돌변하던 순간 사방은 쏴-하는 소리와 함께 빗줄기에 둘러싸였어.
카페 안 사람들의 대화소리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이내 창밖을 바라보던 너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저 멀리 회색빛 바다와 회색빛 하늘이 만나는 경계가
거센 빗줄기가 바다표면을 때리며 만들어내는 물안개로 인해 흐릿해지고 있었던 거야.
우린 한동안 말없이 그 광경을 보고 또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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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한가득 품은 구름이 지나가고 다시금 세상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너는 길게 날숨을 내뱉으며 마치 로스코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고 중얼거렸어.
흐릿해질 때 비로소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고도 말했어.
나는 빗소리가 사방을 가득 메웠던 그 짧은 시간 동안 느꼈던,
손에 닿을 듯 생생했던 감정과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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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웃고 있었어.
미소 너머로 보이는 너의 마음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서 나도 웃지 않을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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