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에 와서 제일 먼저 하는게 모게?
편의점 가서 꼭 달걀 샌드위치를 사서 먹어
달걀 샌드위치를 먹으면 도쿄에 온게 실감 난단 말야.
어느 여행프로그램에서 가수 성시경이 그랬죠. 일본에 도착하면 바로 편의점에 가서 달걀 샌드위치를 사먹는다고.
그래야 비로소 일본에 온게 실감나고, 여행이 시작된다고.
아마 성시경 뿐 아니라 각자만의 방식으로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 같은 게 있을 거에요.
왠지 긴장되는 공항 출입국 심사대 앞에서 자 이제 여행을 시작해도 좋다는 도장을 쾅- 받았을 때.
덜컹- 하며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섰을 때.
내 방이 아닌 낯선 숙소에 짐 가방을 내려 놨을 때 같은.
나에게 제주에 왔음을 실감하게 하는 음식은
제주우유와 보리빵이에요.
제주에 도착하면 편의점에 들어가 일단 흰 우유 하나를 원샷-
그리고 목적지가 어디든, 공항에서 가까운 보리빵 집을 지나가다 차를 세워
퍽퍽한 보리빵을 한 입 물고 다시 차를 달려요.
그렇게 보리빵 한입, 제주우유 한 모금이면
아, 제주에 도착했구나. 하는게 실감나죠.
제주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고기국수, 흑돼지, SNS을 달구는 핫한 음식들이 가득하지만
이 밋밋하고 투박한 보리빵과 제주우유의 조합 없이 제주를 떠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어요.
보리빵 가게에 들어가면 일단 4가지 빵을 다 사야해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보리빵과 쑥빵.
그리고 팥이 든 쑥빵과 보리빵. (그래봐야 하나에 500원 600원이라 다 합쳐도 2500원을 넘지 않아요.올레!)
가게마다 팥 맛에 차이가 있는데, 그게 또 어느 게 더 맛있다고 할 수 없어요.
찐빵에 든 팥처럼 달달한 단팥 앙금을 넣는 곳도 있고, 시루떡 위에 얹어진 팥처럼 퍽퍽한 식감을 그대로 살려 달지 않은 통팥을 사용하는 곳도 있어요.
둘 중에 고르라면 나는 통팥!
하지만 누군가에게 권할 땐 혹시나 너무 밍밍하다고 할까 봐 앙금 팥이 든 걸 추천해요.
보리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맛과 퍽퍽한 통팥의 조화가 좋아요.
거기에 제주우유를 한 모금 머금으면 입안에서 부드럽게 섞이면서 고소함이 배가돼요.
이렇게 눈에 보이는 보리 빵집은 무조건 들어가고 보다 보니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됐어요.
보리 향이 더 진하고 구수한 가게가 있고, 쑥개떡만큼 쫄깃하며 쑥 향이 강한 곳도 있죠.
다음번에 그동안 가본 보리빵가게를 알려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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