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의 밤

in koreatrip •  7 years ago 


"탑동의 밤은 어떨까?"

탑동

제주시 삼도2동의 북쪽 해안지역을 일컫는 명칭.
바다가 보이는 호텔과 대형마트와 횟집과 놀이시설이 모여 있는 곳.
해안로가 있어 주민과 여행자들이 뒤섞여,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곳.
몇 분 간격으로 비행기가 바다 위를 오가고 매순간 바다의 빛깔이 변하는 곳.

그리고 내가 매일 걷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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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는 이 곳이 탑동인지도, 왜 탑동이라 불리는지도 몰랐던 내가
불현듯 탑동의 밤이 궁금해졌던 계기는 크게 두 갠데,
첫 번째는 강아솔의 3<사랑의 시절>에 수록된 <탑동의 밤>이라는 노래였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의 밤바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 등지고
걸어갔지 방파제를 따라
너와 나의 그 여름밤으로

저기 바다 위 떠 있는 불빛은
한치잡이배의 등불
고요히 빛나는 밤별 같지 않니
참 아름답다

긴긴 침묵이 머물렀지만
어색하지 않던 우리 둘"

강아솔의 깊고 차분한 목소리가 나는 참 좋았다.
본인이 나고 자란 제주의 기억, 만남, 사람, 공기와 바람을 품은 노래와 노랫말은
기분좋은 감동과 함께 제주에 대한 호기심을 늘 갖게끔 했는데
<탑동의 밤>도 그러했다.

등 뒤의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
눈 앞의 한치잡이배의 등불 사이로
어색하지 않게 머물렀던 침묵을 가능케 했던 탑동의 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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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아라리오뮤지엄의 간판의 불빛이었다.
밤이 되어 제법 한적해진 탑동거리는
흔한 도시의 야경과는 달리 빛보다는 어둠의 밀도가 더욱 짙은 공간이었다.
그런 어둠 속에서 아라리오뮤지엄의 간판의 불빛은 유독 밝게 빛나는 듯했다.
글자는 하나하나 선명했고, 간판 주변으로 건물의 빨간색 벽의 일부 역시 드러났다.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도 전체를 느끼게 해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느 날 밤, 나는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 저 간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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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해안로 주변으로도 다양한 빛들이 존재했다.
과연 강아솔이 들려주었던, 바다 위 배들의 불빛부터, 농구 코트의 불빛, 저 멀리 항구와 등대,
그리고 횟집의 불빛, 등등.
낮에는 쉬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어둠 속에서 빛을 내며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다에서 육지쪽으로 안개가 몰려왔다.
제주국제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바다 위를 지날 때마다
비행기의 불빛이 수면 위로 천천히 펼쳐졌다 사라졌다.
마치 빛의 커튼처럼.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만지듯,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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