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금융 스캔들, 리타워텍 이야기

34연속 상한가 기록.

시가 총액은 저점 대비 200배 상승.
시총이 최고 시점 기준 무려 1조2000억.
한 때 360만원에 이르던 주가는 최종 20원으로 수직 하락.
결국 상장폐지.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실제 우리 코스닥 시장에서 2000년에 벌어진 실화입니다.

최석진 당시 한국 푸르덴셜 생명보험 회장의 장남이자 하버드대 출신인 최유신은 인수 후 개발(A&D)이라는 생소한 금융 기법을 내세우며 보일러 업체 파워텍을 인수해 리타워텍으로 사명을 변경합니다.

이 후 여러가지 긍정적인 공시로 리타워텍의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과 장외 벤처기업의 주식을 서로 맞 바꿔 인수를 한 뒤, 다시 인수 기업의 재료로 기업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을 반복합니다.

리타워텍이 이러한 식으로 인수한 계열사는 한 때 20여개에 이르며, 하나의 거대 기업 집단을 이루게 됩니다.

리타워텍의 시총은 2000년 1월 약 70억 원 정도에 불과했으나, 같은 해 8월에는 최고 1조2000억 원으로 올라갑니다. 당시 한 때나마 리타워텍은 SK 텔레콤의 시총을 능가하기도 합니다.

계열사가 많아짐에 따라 사업의 미래가치가 부풀려져서 실제 부진했던 개별 계열사들의 실적과는 상관 없는, 그야말로 거품만이 가득한 주식 뛰우기가 시장에서 먹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주가 부양을 위해 진행했던 해외의 인수 합병 업체인 아시아넷의 구 주주들이 6개월의 짧은 매도제한이 풀린 직후 실적이 부진하고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리타워텍의 주식을 대량으로 장내에서 매도하게 됩니다.

이 것을 시발점으로, 마치 뇌관이 터져 연쇄 폭발을 하듯이 주가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는 비극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국내 벤쳐 거품 붕괴론과 당시 금융 기관이 뒤늦게 A&D 방식의 인수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며 주가조작 혐의로 내사할 것이라는 설까지 겹쳐 이루 말할 수 없는 주가의 붕괴에 이릅니다.

이 때의 주가 급 폭락으로 인해 뒤늦게 뛰어들었던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하지만 그 들 외에도 리타워텍의 계열사로 인수되었던 장외 벤쳐 기업의 대표와 주요 주주들에게는 지리한 법정 다툼이 시작됩니다.
바로 주식 맞교환으로 받았다가 보호예수가 걸려 팔지도 못했던 리타워텍 주식에 대해 교환 당시의 시가에 따라 엄청난 양도세 폭탄이 부과된 것입니다.

물론 정작 보호 예수가 풀린 시점의 리타워텍 주식은 그야말로 휴지가 되었습니다. 이후 오랜 법정 공방에도 연거푸 패소하며 신용불량자가 된 대표들도 나오게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습니다.

최유신 회장도 장미빛 공시를 남발하는 등으로 인위적인 주가 부양을 하는 등의 작전 혐의로 역시 법정 공방에 휘말렸지만, 놀랍게도 사법부는 그에게 2002년 8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의 면죄부를 주게 됩니다.

무죄판결 직후인 2002년 9월부터 최유신은 간헐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모습을 보이며 투자와 차익 실현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리타워텍의 찰스 스팩맨(최유신의 마국명)'돌아왔다."는 뉴스가 어김 없이 보도됩니다. 마치 연말만 되면 고국을 찾아와 디너쇼를 열곤 했던 패티김과 같이...

특히 2012년에는 상장기업 청보산업의 경영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돌아왔다가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을 실현해서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그가 회장으로 있다는 스팩맨 웨커티스 그룹의 국내 자회사인 스팩맨 엔터테인먼트가 싱가폴 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건재한 최유신 회장의 활약이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장외 기업들을 주식 맞교환으로 인수해서 사세를 키우고 사업 계획의 긍정적인 면과 미래가치를 부각시켜서 다시 주가를 띄우는 방식으로 이뤘던 리타워텍의 엄청난 거품이 터진 지가 벌써 14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때 이후 켜켜이 쌓인 시간 만큼이나 우리의 코스닥 시장이 성숙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